‘신 기남 의장 사퇴’ 정서
‘신 기남 의장 사퇴’ 정서
  • 승인 2004.08.19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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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복회에 나가 이미 고인이 된 아버지의 친일 죄를 사과하고 용서를 구한 후 여당 의장직을 사퇴한 신기남 의원의 일은 이 시대 한국인의 기구한 인생유전을 또 한번 되뇌케 하는 서글픈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로 인해 나라가 온통 과거사 규명의 열탕으로 화할 심상치 않은 기세를 보이고 있다.

 60년 전에서 100년 전 혹은 그 이전의 훨씬 먼 시기에까지 거슬러 올라갈 친일, 반민족 과거사라는 암울한 회오리 속으로 매몰될지도 모르는 전조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민족과 국가와 이념과 정치를 내건 거대 다툼은 사회를 모순과 역리, 불신과 증오의 구덩이로 몰아 넣게 되며 그것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괴적이 될 수 있음을 경계하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이러한 국면은 신 의원 같은 중요 직위에 있는 인사를 제물로 해서 더욱 팽창하고 공룡화할 수 있다는 데서, 원초적 계기를 부를지도 모르는 그 ‘사퇴’ 정서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우선 신 의원은 자신이 아버지의 진상을 왜곡하여 말하였다면 잘못 말한 그 부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건 두말할 여지가 없다. 그에 관해서는 다른 사람이 아닌 국민을 향해 분명하고도 정중히 사과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타계한 선친이 범한 ‘친일 죄’에 대해 자식으로서 대신 사과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지는, 신 의원이 정치인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면 이는 적절하지도 않으려니와 어색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주지하는 사실이거니와 그의 선친은 일제시대의 죄와 광복후 공을 함께 갖고 있다. 자신이 정치인이기 때문에 아버지에 대해 일방적으로 욕을 보이는 건 아닌지 인륜과 도덕의 본산이기도 해야 할 국가 지도급 인사로서 오히려 지탄받을 짓은 아닌지 가려봤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가 아버지의 부정적인 점만을 집중적으로 자아비판하는 식으로 정계에서 생명을 연장하려 한다면 그야말로 비겁하고 기회주의적인 태도라 할 것이다. 자라나는 세대뿐 아니라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있는 30-40대에게도 상쾌한 인생 선배의 노릇을 못하는 정치인으로 낙인찍힐지 모른다.

 바로 그러한 상황이야말로 이 시대의 이 국민의 진짜 불행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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