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전통문화중심도시를 꿈꾸다
전주, 전통문화중심도시를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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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8.25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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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일본 가나자와시를 다녀온 후 전통문화도시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희망이 간절한 바람으로 다가왔다. 원형 그대로 보존이 잘되어 있는 전통가옥과 지역별로 특화된 유무형의 문화컨텐츠 그리고 도심을 둘러싸고 있는 공원안의 수백년 된 소나무 군락, 수로를 사이에 두고 들어선 작은 공예샵들 까지 어느것 하나 전통문화도시임을 뽐내고 있지 않은 것이 없었다.

 전통문화를 담아내고 있는 가나자와시를 통해 도시정체성 뿐만 아니라 그 민족의 삶과 의식 그리고 그들의 밝은 미래까지도 엿볼 수 있어 사뭇 부러움과 함께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식민 통치시대에 우리 민족에게 문화말살정책을 폈던 그네들이 자기들의 전통문화는 고스란히 보존하고 계승발전 시키고 있는 현장에 서 있던 필자의 심정이란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아도 우리민족이라면 누구나 다 이해할 것이다. 우리의 전통문화는 식민지시대와 미군정시대를 겪으면서 파괴되거나 획일적으로 변화되었고,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강대국 문화에 동화되었다. 물론 문화란 인간의 역사속에서 형성된 것이기에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며 살아있는 유기체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인류학적 명제에 대해선 이의가 없다. 다만, 전통문화가 갖는 특성 즉, 민족성 함양과 더불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아가는 삶의 핵심요소 이기에 서구지향적인 가치관 형성이나 전통문화의 굴절현상을 바라보면서 전통문화가 갖고 있는 본질이나 원리는 계승하면서 시대상황에 따라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전주시가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의 일환인 ‘전통문화중심도시 육성사업의 전주지정’이라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위해 민간조직을 결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가장 한국적인 삶을 구현하고 있는 도시란 점과 전주라는 도시아이덴티티가 딱맞아 떨어진다는 점은 그간 전주시가 전통문화의 보존과 육성에 대한 노력의 결과물로 봐야 마땅할 것이다. 이러한 풍부한 인프라와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전주가 전통문화중심도시로 나아가기 위해선 가장 먼저 왜 전주가 전통문화도시로 육성돼야 하며 발전시켜야 하는지 당위성을 확보하고 그에 따른 명확한 방향설정과 밑그림위에 컨텐츠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생활문화형 자원을 중심으로 전통문화중심도시로 나아가겠다는 큰 그림을 먼저 그렸다면, 전주전통문화를 구성하게될 소프트웨어의 확정과 개발에 따른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에는 획일적인 전통문화에 대한 방안제시 보다 전주만이 가질수 있는 전통문화자산의 활성화를 전제한 상태에서 일상생활의 맥락에 접합하여 전통생활양식과 물질문화를 면밀히 조사연구하여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문화적 요소를 검증 후 실천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전통적 생활양식과 이미 지정된 유무형의 문화재와 상호연계한 방안도 좋을 것 같고 전통문화를 보존 육성과 관련하여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지역민들에게 합의를 도출해 내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그동안의 사례들을 볼 때 대부분의 사업들이 가시적인 성과에만 집중하여 하드웨어에 우선 투자가 이루어지고 가장 중요한 소프트웨어의 확충에는 소극적이어서 결국 혈세낭비라는 비난과 함께 전시행정이라는 빈총을 사는 사업들을 수없이 보아왔지 않았던가.

 그리고 전문가그룹들의 의견도 좋지만 전주에서 태어나 전주에 뼈를 묻고자 하는 애정 많은 이들에게 전주가 어떤 전통문화중심도시로 거듭나길 바라며 지정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줄 수 있느냐고 물어봐야 한다. 이는 이 사업의 본격적인 추진에 앞서 무엇보다 지역민의 합의와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통문화중심도시 추진단이 계획중인 전주사랑실천모임의 조직과 참여 유도도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전통문화중심도시 지정은 어느 집단에게 헤게모니를 주는 것도 아니며 내가 살고 있는 그리고 내 후손이 살아가야 할 내 땅 내 고향의 밝은 미래이다. 전통문화중심도시 전주는 우리 모두가 간절히 원할 때 이루어질 것이다.

백옥선<전주 공예품 전시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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