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진 전주
뜨거워진 전주
  • 승인 2004.09.01 17: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처서가 지난지 열흘째다. 그러나 아직도 대낮의 땡볕은 따갑다. 노염이 등을 적시는 늦더위 탓이다. 하지만 더위는 분명 한풀 꺾였다.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살갗에 와닿는 건들마가 일고 있다. 천하없어도 찾아올 것은 찾아오는 게 계절의 질서다. 한국처럼 춘하추동 계절의 질서가 정연한 곳도 없다. 벌써 하늘 높고 들녁이 황금빛으로 영글어가는 가을문턱이다.

▼올 여름처럼 더위에 시달린 때도 일찍 없었던 것 같다. 전주가 더위로 이름난 대구를 젖히고 전국에서 가장 뜨거운 여름을 기록했다. 전주의 평균 낮 기온이 34,9도! 그야말로 폭폭 찌는 불볕이었다. 대구의 33,1도보다 2도 정도가 높았다. 이런 전주의 뜨거운 열 지수는 지난 2001년과 2002년 여름철에도 최고기온이 대구보다 각각 0,6도와 0,9도 높았다.

▼이렇게 해서 여름더위 한국챔피언이 대구에서 전주로 옮아온 것이다. 안와도 될 것은 오고 와야할 1위는 오지않는 우리 전주다. 아무튼 어찌하여 우리 전주가 이렇게 뜨거워졌는가. 한 전문가는 급격한 도시화로 산림이 심히 훼손돼 녹지대가 점차 사라지고 있기때문이라고 한다. 여기에 아파트가 무분별하게 들어서는 등 개발일변도의 도시계획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또한 도심을 가로지르는 전주천과 삼천천 주변에 대규모 고층아파트기 이어지면서 시내쪽으로 들어오는 바람통을 막은 것도 뜨거움의 일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무더위의 대명사였던 대구가 그 악명을 덜 수 있었던 것은 시가 "푸른 대구 가꾸기"운동을 전개, 10년 넘께 300만 그루의 나무심기를 성공적으로 수행한데 대한 댓가라는 것. 앞으로도 1000만그루를 더 심겠다는 것이다.

▼나무는 이처럼 도심을 푸르르게도 하고 더위도 쫓는 일거양득이 있다. 한 때 전주는 나무 한그루씩 없는 집이 없다하여 "푸르름의 도시" 녹도(綠都)로 불렀다. 그런 전주가 어찌하여 그 푸르른 녹지공간을 잃고 이런 "찜통"으로 변했는가. 도시의 푸르름은 비단 더위만 쫓는 것이 아니다. 도시미관과 정서에도 그 이상 보배로운 것이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