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어린이 도서
신간 어린이 도서
  • 송영석기자
  • 승인 2004.09.05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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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렵고 힘든 일을 겪은 사람의 아름답고 풍성한 이야기를 담아 어린이들에게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봉자의 거울(아이세상·8천800원)이 출간됐다. 지난 2003년 문학저널 동화부문에서 신인문학상을 받은 유현숙씨와 현재 삽화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화가 백승헌씨가 손잡고 순박한 글과 토속적이고 유쾌한 삽화로 어린이들에게 사람이 태어나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아픈 순간들을 전해준다. 이 책 속 주인공인 봉자와 봉구가 그런 처지에 놓이게 되는데 그들에게는 아무도 모르는 돌개바람 핑핑이가 언제나 함께 있어서 행복하다. 돌개바람 핑핑이는 장난꾸러기 아기 도깨비 같은 모습으로 등장해 나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혼내주기도 하고 봉자의 마음을 달래주기도 한다. 어쩌면 작가는 돌개바람 핑핑이를 통해 유쾌한 상상의 세계와 손잡으며, 봉자의 마음을 대신하는 또 다른 봉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 하다. 또한 작가는 봉자보다 돌개바람 핑핑이를 통해 뒤틀린 현실을 바로잡으려고 애쓰면서 작가 특유의 살아있는 입말이 생생한 즐거움을 더해준다. 

 편부모 가정에 있는 아이들의 엄마, 아빠 재혼 추진작전을 담은 ▲형이라고 부를 자신 있니?(대교출판·7천500원). 이 책은 개인주의가 팽배한 요즘 노동 마을 사람들이 한 가족처럼 어울려 서로 돕고 살아가는 따뜻한 이야기를 통해서 새로운 가족의 모습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정훈이네와 태석이네는 이웃에 살면서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며 사이좋게 지낸다. 편부모 슬하에서 자라는 태석이와 정훈이는 엄마, 아빠의 빈자리를 채워 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그 부모가 이웃에 사는 태석이 엄마, 정훈이 아빠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순수한 발상이자만 그로 인해 태석 엄마와 정훈이 아빠는 그 동안 감춰 뒀던 서로에 대한 감정을 서서히 느끼기 시작한다. 백로처럼 깨끗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한 가족처럼 어울려 사는 노동 마을 주민들의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를 통해 어린이들은 이웃을 사랑하고 서로 돕는 따뜻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게한다.

 책임감과 형제애를 길러주는 책 ▲금붕어는 거품 목욕을 시키면 안돼(크레용 하우스·8천원). 이 책은 캐나다 출신 작가 트리나 위베가 지은 책으로 자신의 네 살 난 아들이 어항에 샴푸를 들이 붓는 것을 보고 쓰게 됐다고 한다. 아이들은 책임이 따르는 일이 주어지면 어떻게든 스스로 해결하려고 한다. 이 책의 주인공인 애비의 엄마 아빠는 애비에게 집 열쇠를 맡기고, 아랫집 윌슨 아줌마네 금붕어를 돌보는 것을 허락한다. 애비는 엄마 아빠에게 애완동물을 잘 돌볼 수 있을 만큼 책임감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열심히 하지만 언제나 졸졸 따라다니면서 말썽을 일으키는 동생 테스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골칫거리 동생과 잘 지내는 일은 쉽지 않지만 애비가 모든 일을 포기하려는데 테스의 도움을 받게 되기도 한다. 이렇게 부모님이 없을 때 생기는 문제들을 애비와 테스가 함께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형제애를 느끼는 과정을 재미있게 펼쳐낸 책이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기막힌 상식과 끝없는 상상을 엿볼 수 있는 책 ▲바구니 도둑(아이세움·7천원). 이 책은 어린이들의 눈에는 사회적으로 하류층의 사람들이 아이의 시각을 통해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이 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이 책에서 배달할 바구니를 잃어버린 헤루소는 빨간 목도리 아주머니, 기타 아저씨, 골판지 할아버지를 용의자로 정하고 수사에 착수한다. 이 사람들은 허드렛일로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으로 어른들의 판단 기준에 무의식적으로 이상한 사람으로 낙인 찍혀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 사람들을 직접 겪으면서 어른들의 평가와는 반대로 그들이 진정 아름다운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헤루소에게 “넌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니?”라고 묻는 이모에게 헤루소는 “빨간 목도리 아주머니, 기타 아저씨, 골판지 할아버지 같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소위 어른들이 인정하는 ‘잘 나가는’ 사람보다 따뜻한 사람의 향기가 나는 ‘진짜’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헤루소의 열망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책은 어른들이 보기에는 쓸데 없고, 한심하고, 이상해 보이는 것들이 편견 없는 아이들의 눈에는 오히려 더 가치 있고, 재미있고, 신나 보이는 일이란 것을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전해주고 있다. 

 본격 어린이 문학·문화 평론지 ▲창비 어린이 6호(창비·8천원). 이번 호는 ‘<특집>지식정보책의 가능성을 찾는다’로 어린이 지식정보책의 현주소와 나아갈 바를 진단한다. 이 책에서는 제1회 창비어린이 신일 평론상을 수상했던 정미영의 ‘학원과 명랑소설’편에서는 명랑소설 붐이 일었던 50, 60년대를 명랑을 강요했던 권력과 명랑한 사회를 꿈꾸던 사람들의 희망이 어우러져 빚어낸 현상이라고 해석한다. 또한 ‘인명환의 춘하추동중 명작 동요동시’에서는 일제시대와 해방, 한국전쟁의 시대를 살아간 동시인 인명환을 재조명하고, 인터뷰에서는 우리에게 친숙한 일본 아동문학 작가 하이따니 켄지로오를 만날 수 있다. 또한 ‘책과 세상’은 김기정의 ‘네버랜드 미아’ 등의 단편들을 통해 시대적·정치적 현실문제를 넘어 한결같은 아이들의 마음에 깊은 신뢰를 보내는 등 진지하고 경쾌한 글로 꾸며져 있다. 이 밖에도 지난호에 이어 실린 ‘동심주의와 아동문학’은 우리 아동문학계에 팽배한 동심에 대한 재고를 요구하는 적절한 예문이며, ‘국내외 동향’은 프랑스, 미국, 일본, 한국의 어린이 문학·문화 관련 소설을 현장감 있게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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