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안중근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 송영석기자
  • 승인 2004.09.09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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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도마 안중근’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는 듯 하나 한편으로 또한 전혀 아는 바가 없는 안중근 의사. 그의 수많이 알려진 일대기 중 알려지지 않은 내용을 중심으로 전개해 나간 영화 ‘도마 안중근’(소스원프로덕션 제작). 총 제작비 40억원이 투입돼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로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할 당시 상황과 함께, 항일정신과 천주교 신앙 등 우리가 알고 있는 안중근의 일반적인 모습 외에도 한 남자의 인간적인 면모를 다루고 있다. <편집자 주> 

 ‘도마 안중근’은 연예계 비리사건에 연루돼 방송활동을 중단했던 개그맨 서세원(48)이 감독을 맡아 화제가 된 영화다. ‘조폭마누라’ 이후 ‘네발가락’, ‘긴급조치 19호’ 등을 만든 그가 메가폰을 잡은 것은 1986년 ‘납자루떼’에 이어 두번째다. 10일 개봉.

 유오성이 주연을 맡아 안중근 의사를 연기하고, 고두심이 그의 어머니 역할로 특별 출연하는 한편 조연으로 정성모가 안중근 의사를 취조하는 일본 검찰관으로, 윤주상이 이토 히로부미를 연기했다. ‘도마’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안중근 의사의 세례명.

 ‘도마 안중근’은 친일청산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요즘, 애국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영화라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이 감옥에 수감된 뒤 수사 과정에서 검찰관과 나누는 대화를 통해 그의 삶을 되돌아보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안중근이 왼손 약지를 잘라 그 피로 태극기의 양끝에 ‘대한독립’을 쓰는 ‘단지동맹’을 하면서 독립에 대한 결의를 다지며, 마침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게 된 과정을 연대순으로 보여준다. 이 영화는 의협심과 용기 있는 행동으로 자신의 사명을 끝까지 수행하는 안중근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풀어내 보여준다.

 영화는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기 10일 전부터 안 의사가 순국한 1910년 3월 26일까지를 보여준다. 

 1909년 10월 26일 오전 9시…. 하얼빈 역에 여섯발의 총성과 ‘코리아 우라’라는 러시아어 만세소리의 외침이 들린다. 독립투사 안중근이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를 쏜 것. 만세 후 체포되어 일본 검찰관에게 취조를 받는 중에 이토의 죽음을 알고 감사의 기도를 올린 그는 이토의 얼굴을 모르는 채 총을 쐈다고 실토, 검찰관들을 당황시킨다. 게다가 장전된 총알 일곱발 중 일부러 한발을 남긴 것에 대해 검찰관들은 의구심을 갖게 된다.

 32세, 그는 조국을 아는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이토의 죽음을 통해 을사조약의 부당함을 세계에 알리려 했던 그는 의연한 모습으로 재판에 임한다. 안중근은 반년 후인 3월 26일 32세,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그가 사형을 당하고 며칠 후, 국가적 원수인 안중근의 집안을 멸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사복 형사들이 안중근의 고향을 찾는다. 그들은 안중근의 9살 아들에게 다정하게 캐러멜을 건네고,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들까지 독살시키게 된다.

 나름대로 핵심은 두 가지다. 이토 히로 부미를 암살하기까지 안 의사를 둘러싼 가족, 시대적 배경과 그가 도마라는 세례명을 받은 천주교 신자였다는 점이다.

 첫 번째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역사적 사건에 대해 새로운 점을 부각시키지는 못한다. 지사로서 조국 독립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던진 그가 겪은 번민, 두 아이의 아버지로, 자식으로서 갈등에 대해 영화는 손을 대지만 두 가지가 날카롭게 대립하지도, 병행하지도 않는다. 그것은 아마,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사건과 인물에 대한 자유로운 해석에 익숙지도, 자유롭지도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두 번째는 안 의사와 천주교와의 관계다. 안 의사는 세례를 받은 신앙심 깊은 신자였지만 이토를 저격해 살생을 금하는 천주교 교리를 어겼다는 명분으로 제명당한다. 그리고 90년이 흘러 2000년 12월 3일,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 주도하에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서 ‘쇄신과 화해’라는 과거사 반성문을 통해 다시 복권된다.

 이 영화는 뼈아픈 시련을 겪은 서세원 감독에게 어떤 의미일까 생각이 든다. 아마도 이 영화는 그가 고통스런 2년여의 시간 동안 더욱 깊어진 신앙심의 발로이자 안중근이라는 역사적 인물에 대한 감독의 재발견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사실 그 어떤 것이라 할지라도 이유는 중요치 않다. 개봉 후 관객이 결과에 대한 평가를 내려줄 뿐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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