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정 추모 문학제 결산
신석정 추모 문학제 결산
  • 강영희기자
  • 승인 2004.09.10 14: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석정은 적극적으로 현실을 개조하려는 지사(志士)로서의 기질은 아니었을지라도 멍든 역사와 얼룩진 현실을 거부하려는 선비적 기질을 가진 시인이었다”(채수영·한국현대시의 색채의식 연구)

  “그는 한국 최초의 전원시인으로 소재를 거의 자연과 농촌에서 구했고, 목가적·전원적·명상적인 독자적인 세계를 개척한 시인이다”(조남익·한국현대시해설)

  “시의 사상적 깊이와 진폭에 있어서는 만해, 지용, 영랑을 능가해 가고 있다”(박두진·한국현대시인론)

 신석정 시인 앞에 붙은 다양한 수식어구다.

 지난 7월 6일은 신석정 시인의 작고 30주기가 되는 날. 시인이 타계한지 30주년이 되는 해를 맞아 지난 3일부터 9일까지 신석정 시인 추모문학제가 열렸다.

 추모문학제 행사에 앞서 석정문학회와 전북문인협회, 전북작가회의 등 도내 문학단체는 ‘신석정 시인 추모 문학제전위원회’를 결성, 추모문학제 성공 개최를 위해 힘을 모았다.

 특히 이번 결성은 전국 최초로 각자의 색깔과 노선에서 활동해온 문학단체가 역량을 결집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되새겼다.

 이번 추모 행사에서는 예술회관 1층 1실에서 시인과 관련한 유품과 친필 시화, 대표시, 역대 간행 시집, 시인의 대표적 유영이 전시됐다. 또한 신석정 선생의 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를 여태명 교수의 8폭 병풍으로 옮긴 작품 등 석정 선생의 시에 그림과 글씨를 쓴 서예작품과 한국화 작품 20여점이 전시돼 선생의 시심을 일반인에게 일깨웠다. 또한 젊은 날부터 타계 직전까지 사용한 유품이 자리를 매워 눈길을 끌었다.

 행사는 막을 내렸지만 시인이 전해준 올곧은 시심은 이 땅에 끊이지 않고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허소라·김남곤 공동위원장으로부터 이번 행사의 총평을 들어봤다.

  ▲허소라 위원장 (석정문학회 회장)

 우리 한국 시단의 큰 별이었던 석정 선생께서 타계한지 30주기가 되었다. 선생이 본격적으로 문단활동을 시작하던 1930년대에는 일제의 식민지 지배체제를 완성키 위한 강력한 문화정책에 의해 민족 공동체의 생존 바탕은 무너지고 있었다. 따라서 문화 예술방면에서도 일제의 강압정책에 의해 쇄말적 경향으로 흐르게 되었다.

 이러한 배경속에서 출발된 석정문학은 30년대 시적 병폐의 하나였던 감상을 극복하면서 시간의 회복을 기초로 한 이상향을 노래했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선생이 타계한지 30주년이 흐른 해에 석정 시인 문학제를 연 것은 문단을 넘어 지역적으로도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특히 행사 중에 개최된 문학 세미나와 문학 기행은 전국적으로 그 예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유익했다는 평이다.

 행사가 막을 내렸다고 해서 문학제가 끝이 나는 것은 아니다. 석정 시인의 작품을 한데 묶은 문집 발간과 석정 문학관 건립 등이 과제로 남아있다.

 이번 행사에 큰 힘을 실어준 문인들에게 사의를 표하며 앞으로도 시인의 시심을 되살리는데 힘을 모아줄 것을 당부한다. 

 ▲김남곤 위원장(전북예총 전 회장)

 이번 행사는 우리 문인들에게 뜻깊은 자리로 기억될 것이다. 특히 끊이지 않는 관람객의 행렬을 지켜보면서 지역 사회가 신석정 시인의 가치를 인정한 것 같아 뿌듯했다.

 아울러 시인을 추모하는 이번 자리가 우리 지역의 문단을 튼실히 가꿔준 시인들을 기념하는 발로가 됐다는 점에서 좋은 일로 기억될 것이다.

 행사는 30주기, 즉 금년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매년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그 맥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 문학기행과 함께 석정 백일장 전국 대회 등이 좋은 예다. 크게 펼쳐놓는 행사보다 오히려 작고 아담한 행사가 오랫동안 기억되고 알차게 다가올 수 있다.

 석정시인의 시심을 잊지 않고 전시장을 찾아준 도민의 높은 관심에 또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전라북도민의 높은 문학 정신과 문화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이번 행사는 도민의 정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 ‘한 시인이 도시를 떠나면 그 도시 전체가 쓸쓸해 진다’고 했는데 30년만에 찾아온 석정 시인은 전북도민의 가슴을 풍성하게 채워주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