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경태씨 개인전
작가 이경태씨 개인전
  • 송영석기자
  • 승인 2004.09.10 14: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선지 대신 철사줄을 걸어 놓고, 음표 대신 여러 가지 빛깔의 구슬을 꿰어놓은 어느 음악 이론가의 장난에서 비롯됐다는 ‘유리알 유희’. 외부 자극에 의한 구슬의 움직임, 색채 등의 미세한 변화를 즐기는 놀이였다가 이제는 더 이상 구슬이 없어도 그냥 지적이고 고상한 놀이를 일명 ‘유리알 유희’라고 부른다.

 여러 개인전 및 단체전 등 전시회를 통해 자신의 예술 역량을 다양하게 펼쳐내고 있는 이경태씨가 13번째 개인전으로 ‘유리알 유희’를 마련했다.

 지난 10일 시작돼 오는 16일까지 전북예술회관 2층 4실과 6실에서 펼쳐지는 이 작가의 다양한 유희는 오브제와 평면을 관통하는 화두로 기억과 꿈이라는 개념을 펼쳐 보여준다.

 이 작가는 이번 전시작들을 통해서 인물이나 꽃 등을 소재로 한 구상이나 반구상의 캔버스 작, 그리고 오브제를 활용한 입체작품들과 바느질 드로잉 등을 선보인다. 세월의 흔적이 물씬 배인 장롱 서랍, 크고 작은 문짝, 못쓰게 된 재봉틀, 빛바랜 천조각들은 이 작가만의 회고 취향적 정서가 담겨 있는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개별적인 삶의 흔적들이다.

 이렇듯 그의 오브제들은 이 작가의 자아로 걸러져 허무와 상처마저 끌어 안은 살가운 삶의 온기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이는 그가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치열하다 못해 독한 침묵과 고독으로 일관하며 작업에 자아를 소진시켜 왔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그의 유희물들은 여성적 징후의 일환처럼 인지되는 바느질 자국, 커다란 사이즈의 텐트천 위를 누비며 새겨지는 각양각색의 문양들은 자연의 존재물들과 우주철학적 기표들을 연상케 하기도 한다.

 그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흑과 백의 상징들은 동양적 무위성과 금욕성을 암시하는 한편 자신의 마음 속에 아른거리는 원형적 비의성에 대한 동경의지를 함축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 이경태 작가는 “길고 무더웠던 여름, 스스로 자조적이고 암시적인 질문으로 2년에 걸쳐 준비한 이번 전시 작품들을 완성했다”며 “이번 전시회를 통해 너무 가볍지도, 너무 진지하지도 않은 중간의 영역 속에서의 유희를 스스로 발견했다”고 말했다.

 원광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한 이 작가는 100여회에 걸쳐 개인전 및 국내·국제전을 가진 바 있으며 현재 한국미술협회에서 활동하며 자신만의 예술 색깔을 선보이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