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僞裝)된 협력(協力)
위장(僞裝)된 협력(協力)
  • 승인 2004.09.13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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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協力은 자체로 힘의 극대화를 상징한다. 낱개의 힘(力)이 가로로 쌓이고 세로로 엮이어서 만들어지는 協력은 정서와 감정과 두뇌력까지를 합치고 증대시킬 수 있다. 그래서 서로 다른 개체 간에 업무나 실력, 능률의 결집을 희망할 때 특히 국제간에 한 방향의 추진을 표방할 때 협력처럼 절실한 것도 없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 다른 개인이나 집단간의 협력을 실천적으로 획득하기는 쉽지 않다. ‘협력’이 ‘실질’을 전제로 의미가 살기 때문에 실천이 따르지 않는 협력이란 무용지물에 불과하며 어떤 상호관계가 그런 실천력을 담보로 하지 않을 때 제대로 성립되기 어려움은 불문가지라 하겠다.

 이를테면 남.북이나 한.중, 한.일 사이에 실현될 수 없는 협력 관계가 약속된다면 이것은 협력이라 할 수 없다. 남.북 사이에 남쪽의 평화통일과 북쪽의 적화통일을 둘러싸고 평화적으로 해결하자고 할 때 그게 과연 가능할 것인지가 바로 이런 종류의 범 주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

 이것이 곧 위장(僞裝) 협력이다. 쌍방간에 협력이 발동되기 위해 취해져야 할 나름의 선행요건 부재도 마찬가지다. 가령 고구려사에 대해 남.북이 공동 대처하기로 합의한 일이다. 이는 구태어 합의할 필요조차 없는 당연한 과제이지만 협력해야 할 경우북한이 구체적으로 취할 내용을 내놔야 한다. 간도 땅 반환을 중국과 즉시 담판한다든지, 만주의 문화재 복속을 중국에 요구한다든지 그것도 아니면 대포라도 걸고 중국에 엄정 경고한다든지 등 그야말로 고구려 기상으로다.

 간도와 고구려사가 이 지경이 된 건 지난 60년 가까운 중국 영향하에서 말 한 마디 못한 북한 입지에 기인한 것임을 모를 리 없는데도 새삼 고구려사에 관해 남.북 협력을 하겠다는 건 역시 위장에 가깝다. 자칫 면피용으로 북한의 책임만 면제해 주는 꼴이 될 수 있다.

 이 시점에 누구의 책임을 따질래서가 아니다. 중국이 북한에 성내면 슬그머니 그나마 꼬리를 내리지 않을지 걱정되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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