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끼상소
도끼상소
  • 승인 2004.09.15 18: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끼상소(持斧上疏)라는게 있다. 옛날 유림들이 임금께 올리는 가장 강한 상소의 하나다. 글자 그대로 도끼를 상소문을 올리는 자리에 갖고가 엎드린 머리위에 놓고 최후의 호소를 하는 것이 도끼상소다. 상소의 말이 틀렸다면 도끼로 내머리를 쳐달라는 뜻을 담은 도끼상소다. 얼마나 간절하고 애를 끊는 호소이면 이렇듯 목을 걸고 임금께 상소문을 올렸을까.

▼옛 선비들의 곧은 정절을 상징하기도 한다. 한데 얼마전 충청도 충주유림들이 상경하여 서울 광하문 한복판에서 이 도끼상소를 올려 화제가 되었다. 이들 유림들은 신행정수도가 충남으로 결정돼 소외되고 있는 판에 같은 충청도라는 이유로 공공기관도 안보내는 심한 역차별을 견딜 수 없다는 이유다. 정부가 같은 충청권이라는 이유로 이전 대상에서 충북을 제외시킨 것.

▼남의 동네 일로 보기에는 우리 전북과 너무나 흡사한 대목대목의 동병상련(同病相憐)이다. 어느 의미에서 우리 전북도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 흰종이 깔고 꿇어앉아 도끼를 앞세운 도끼상소 한판 벌여도 무방할 처지다. 우리 전북도 충북 못지않은 답답한 심정은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충북보다 꼬이고 터덕거리고 애먹기가 그 몇배에 이를지 모른다.

▼그것이 심하다 못해 절규에 가깝다. 참여정부 시대에 들어와서 하나의 증후군이 되다 싶이 무엇 하나 제대로 되는 것이 없다. 혹자는 여기에 안되는 것도 없다는 수식을 붙여 안되는 일의 농도를 더 짙게하고 있다. 어찌하여 우리 전북의 땅이 버림받은 불모의 땅으로 퇴박맞고 있는지 정말 개탄스러운 일이다. 땅속에 묻힌 옛선비들을 불러 진짜 도끼상소를 올려봄직 하다.

▼부안의 원전센터 유치가 끝내 무산되는 위기에 봉착되는듯 하다. 한나라당이 시민단체들과 일정중단을 합의하고 정부가 이의 수용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주민투표고 뭐고 간에 모두 강건너간 것 같고 이렇게 되면 전북 내일의 푸른 꿈이었던 전북발전의 청사진도 헛것이다. 애시당초 원전센터를 둘러싼 현지주민들의 반발도 반발이려니와 정부의 불투명한 태도가 문제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