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vs 인간 '내집쟁탈전'
귀신 vs 인간 '내집쟁탈전'
  • 송영석기자
  • 승인 2004.09.16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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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귀신이 산다
 코믹영화에서 흥행의 보증수표 콤비라고 알려져 있는 김상진 감독과 원맨쇼 코믹연기의 달인 차승원이 손을 맞잡고 야심차게 만든 영화 ‘귀신이 산다’(감독 김상진·제작 시네마서비스). ‘신라의 달밤’과 ‘광복절 특사’에 이어 이들이 세번째로 손을 맞잡아 추석 성수기로 접어드는 영화가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여기에 아역 출신 배우로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줬던 ‘인어 아가씨’ 장서희까지 가세해 영화는 한껏 탄력을 받은 모습이다. 지난 6월 전주영상위원회의 지원으로 전주에서 버스 추락신을 촬영해 우리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오는 영화이기도 하다. 17일 전국 320개 스크린에서 공격적으로 개봉한다.

 어릴 적부터 집없는 설움을 당하며 이사를 자주 다녔던 박필기(차승원). 아버지의 유언도 “너는 꼭 집을 사거라”였다. 낮에는 조선소 기사로 일하고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며 천신만고 끝에 거제도에 그림 같은 집을 장만했지만 기쁨도 잠시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다. 부엌에 잘 꽂혀있던 식칼이 날아오고 멀쩡했던 소파가 공격해온다. 바로 이 집에 원한이 있어 죽어서도 집을 떠나지 못하는 연화(장서희)가 동거하고 있었던 것이다. 연화는 설정만 귀신일 뿐 평범한 인간의 모습이다. 처음에는 필기의 눈에 연화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벼락을 두 차례 맞은 후부터 차승원에게는 그 유명한 ‘식스 센스’가 생긴다. “여기는 내 집”이라며 차승원을 몰아내려 사납게 밀어부치던 장서희가 갑자기 ‘귀여운 여인’으로 변신하는 것은 그때부터. 으르렁거리던 차승원도 돌연 장서희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발 벗고 나선다. ‘귀신이 산다’는 필기가 자신이 살던 집에서 남편을 기다리려고 지박령이 된 연화의 원한을 풀어준다는 내용의 코믹 멜로물이다.

 이 영화의 백미는 역시 차승원의 연기력이다. 6년 동안 숟가락 하나로 땅굴을 파던 광복절 특사에서의 집념과 촌부들의 천원짜리 한장까지 삥뜯던 선생 김봉두 모습이 총망라된 캐릭터가 바로 박필기다. 눈에 핏줄이 설 정도로 체면 불구하고 눈물 콧물을 흘려가며 시종일관 몸을 던지는 ‘오버 액션’ 연기를 유감없이 내보인다.

 또한 드라마에서 연기력을 다진 뒤 영화에 뛰어든 장서희의 깔끔하고 귀여운 이미지도 역시 많은 관객들을 만족시킬 듯 보인다. 영화의 첫부분에서 차승원을 괴롭히는 장서희는 드라마에서의 특유의 표독스러운 연기 이미지를 깨고 무서워야 할 귀신 역을 귀엽게(?) 소화해낸다. 그리고 코믹스런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멜로 영화처럼 재포장하는 역할도 톡톡히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연급 배우들의 활약과는 대비되게 조연들의 활약은 그렇게 눈에 띄지 않는 단점을 안고 있다. 김상진 감독의 이전의 영화들에서 나타난 조연급 연기자들의 눈부신 활약과는 거리가 멀다. 손태영과 10년만에 스크린 나들이를 감행한 진유영 등의 조연들은 이 영화에서 약방의 감초가 되지 못하고 그냥 끼워 맞추기 식으로 전락하고 있다. 그나마 영화의 후반부에서 장항선의 반전 있는 연기는 그나마 위안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내용에서도 귀신이 사는 집이지만 귀신이 위협적으로 그려지지 않아 긴장감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또한 등장인물들의 연기력은 개개인으로 봤을때는 뛰어나다는 평가지만 신선한 변신의 부재로 인해 잘 섞이지 않았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영화를 전체적으로 봤을때 전반부는 역시 차승원 영화답게 그의 코믹한 연기로 여기 저기서 폭소를 자아낼 만한 좋은 분위기로 이어진다. 하지만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진부하다는 느낌을 지워버릴 수 없다. 왜냐하면 전개되는 내용 자체가 너무 뻔한 내용이라는 것. 죽은 남편을 기다리는 장서희는 차승원의 도움으로 병원에 누워 있는 남편을 만나고 더 이상 지박령으로 머물지 않고 좋은 곳으로 함께 간다는 비교적 누구든지 예상할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공격적인 전략으로 비교적 화려하게 개봉하는 영화 ‘귀신이 산다’. 김상진 감독과 차승원, 장서희가 맞잡은 손이 다가오는 명절 영화가에 얼만큼이나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새삼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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