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의 혼 춤으로 되살아나
한민족의 혼 춤으로 되살아나
  • 강영희기자
  • 승인 2004.10.04 1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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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 춤 60년 대공연
 정갈한 웃음, 숨결도 헹군 자리

 하이얀 의상을 하고

 살풀이 장단에 맞추는 몸놀림인가

 오른팔에서 왼팔로 옮아가는

 기나긴 수건 한자락이

 사뿐히 감겨 도는 춤가락이여.

 

 흉살 재앙일랑 물러가라고

 휘두르다 내던져 떨어뜨린 수건

 그 길이 보다 더 깊이 발원을

 몸 굽혀 엎드려서 어르고 어르다가

 다시 집어 들고 일어서면

 빠른 장단에 휘날려

 거듭나는 흰 수건의 멋, 환상이어라.

 <시인 이기반, 호남 살풀이춤 中>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 15호 호남살풀이 춤 보유자로서 그 작품세계를 오롯이 지켜온 춤꾼 최선 선생이 오는 9일 오후 6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한민족의 혼’을 주제로 공연을 갖는다.

 선생의 고희를 맞아 마련된 이번 무대는 선생의 올곧은 춤세계를 기리고 60평생 지켜온 호남살풀이의 진수를 선보이는 자리다.

 1·2부 무대로 마련된 이번 공연은 한민족의 혼과 최선 춤 60년 축하공연으로 나뉜다.

 이번 무대의 중심에 선 한민족의 혼은 고희를 맞은 최선 선생을 비롯해 김안윤, 김용현, 송승훈, 구민석, 김미진, 백유영, 김태훈 등 20명이 출연한다. 이 작품은 고통속에서 시달리며 노력하는 기나긴 생명력을 가진 한민족의 속성을 담아냈으며 사랑도 소망도 저버린 운명 속에서도 줄기차게 뻗어내던 힘과 지혜를 들려준다.

 2부 무대의 서막은 최선 선생의 3대 제자들이 장식한다. 호남살풀이 춤의 북소리를 연주하는 무대는 신명나게 펼쳐진다. 놀이의 신명에 어우른 절도와 여백은 삶의 행복과 풍요로움을 단아한 멋으로 끌어올리고 입가를 뱅글뱅글 돌리는 놀이의 단맛이 흥겹게 우러난다.

 최선 선생이 먼저 무대에 올라 동초 수건춤을 선보인다. 전라도 지방의 기방에서 기녀들로부터 추어온 춤은 흥과 멋으로 섬세하고 고운 춤사위로 일명 입춤이라고 불린다. 작은 부채를 들고도 하고 하얀 손수건을 들고도 추는 것이 특징이며 옛 기녀들의 모습을 재현한 작품이다.

 중요무형문화재 제 29호 태평무 이수자인 고선아 선생도 출연한다. 중요 무형문화재 제 92호로 지정돼 예능보유자 강선영 선생에 의해 이어지고 있는 태평무는 나라의 태평성대를 축원하는 뜻으로 만들어졌으며 이 춤은 발짓춤의 기교가 뛰어나면서도 손놀림이 섬세하고 우아하며 절도가 있어 우리 민속춤이 지닌 정·중·동의 흥과 멋을 지니고 있다.

 신라 헌강왕때 처용설화에서 유래된 가면 무용극 처용무도 무대에 오른다. 이어 최선 선생의 딸인 최지원씨와 그의 제자들이 출연해 향발무를 선보인다. 향발무는 악학궤범에 전하는 정재무의 일종으로 금부타 악기인 향발을 들고 왕을 송축하는 춤이다. 이번 무대에서는 이 춤을 현대적으로 재창조해 한국춤의 정신과 동작의 기교, 아름다운 표현이 합일돼 탄생한 우리춤을 선보인다.

 이와 함께 최선 선생은 고대로부터 전승돼온 무속춤을 ‘신의 계시’라는 제목으로 풀어낸다.

 또한 최선 선생의 제자인 이길주 선생이 출연, 호남 산조무를 선보인다. 호남의 자연과 어우러진 인간의 몸짓을 표현한 호남 산조는 흩어진 가락을 모아서 만든 즉흥 형식을 띤 가락과 같다.

 펴고 접는 죽선의 소박하고 운치어린 모습이 부채춤으로 되살아나고 최지원과 김안윤의 창작무용 ‘연가’도 무대에 오른다.

  호남 살풀이 춤 보유자 최선 선생은 “오직 춤 인생 외길만을 걸어온 60년, 돌이켜보면 결코 순탄치 않은 세월이었다. 숱한 도전과 시련을 극복하면서 춤에 바친 정열에 애환으로 점철된 춤 인생이었음을 자인한다. 춤예술을 향상, 발전시켜 시대적 정서에 걸맞는 예술혼을 호남살품이춤에 담아 흥과 멋을 꽃 피우기 위해 공연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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