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단풍
  • 승인 2004.10.05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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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사람들은 가을을 인생에 비유할때 중노인이요. 하루로 치면 석양으로 비유한다. 그리스도교에서는 최후의 만찬으로 비유하기도 한다. 또 방향으로 치면 가을은 해가 저무는 서쪽이요 빛갈로 치면 하얀빛이고 맛으로 치면 떫은 맛이다.

 ▲우리라나 사람은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요 활기가 넘치는 남성의 계절이며 사철 가운데 가장 성호하는 게절이다. 이와달리 유럽에서는 가을을 우울한 계절의 이미지를 지워버리지 못해 가급적 계절에 끼워주지 않으려고 했다. 그래서 완연한 가을인 10월을 ‘리틀 썸머’라 부른다. 14세기까지만해도 영국에서는 한해를 여름과 겨울철로 구분했을뿐 가을은 존재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미국에서도 가을을 인디언썸머라고 불렀던 것도 역시 가을을 싫어하는 전통적 관념에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가을을 선호하는 이유 가운데 만산홍엽을 이루는 단풍때문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 단풍전선의 시발지는 설악산이다. 대락 9월 하순이면 설악 주봉인 대청봉에서부터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여 하루에 약 50미터 속도로 남쪽 방향으로 내려온다고 한다. 지리산을 비롯 남쪽지방에는 이달 중순부터 하순까지 최고의 단풍이 물들어 온산을 벌걸게 물들인다. 그래서 “만산홍엽이 불이 붙어 살을데고 오장이 익어 아파서 못 노닐테라”라고 단풍의 아름다움을 ?는 시가 또 어디 있겠는다. 이렇게 하여 단풍으로 물들어 있는 기간이 한달여동안으로 세계 어느나라도 볼 수 없는 긴 단풍시한의 혜택을 받고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단풍은 차(茶)와 주술, 민화의 소재로 많이 이용되기도 한다. 단풍 가장잎만을 말려두었다가 차나 약으로 달여벅기도 했는데 붉은 빛이 사악한 귀신을 쫓는다해서 주술적 사고에서 몸이 정화되고 약기운이 크게 돋는것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특히 단풍나무에서 돋아난 버섯을 소심이라고 하는데 이 버섯을 잘못먹으면 마구 웃어댄다고 해서 소심이라고 부르기도 한다는 기록이 전해온다. 바로 단풍은 전통적 스트레스 해소제이기도 했던것이다.

 ▲이런 단풍의 계절 가을이 자꾸 짧아져 가는 것만 같다. 모두들 마음이 얼어붙어서인지 웃음보다는 주름살이 더해가는 서민들에게 웃음과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단풍버섯이라도 먹고 우울증을 풀어보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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