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피의 법칙과 샐리의 법칙
머피의 법칙과 샐리의 법칙
  • 승인 2004.10.25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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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을 생각하면 머피의 법칙과 샐리의 법칙이 떠오른다. 머피의 법칙은 미국의 항공 엔지니어 머피가 충격완화장치 실험이 실패로 끝나자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항상 잘못 된다고 언급한데서 유래했다. 이때부터 머피의 법칙은 희망하지 않는 방향으로 일이 진행될 때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DJ DOC이 히트시킨 노래 제목으로 유명해졌다. 머피의 법칙과 상반되는 것이 영화 해리와 샐리가 만났을 때의 여주인공 이름을 딴 샐리의 법칙이다.

 샐리의 법칙은 잘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항상 잘 되는 경우를 말한다. 예컨대 일어날 확률이 1% 밖에 되지 않는 나쁜 사건이 계속 벌어지면 머피의 법칙에 해당하고, 일어날 확률이 1% 밖에 되지 않는 좋은 사건이 계속되면 샐리의 법칙에 해당한다.

  그런데 확률은 경우에 따라 구하는 방법이 다양할 수 있기 때문에 종종 논란이 벌어지기도 한다. 세기의 사건으로 불리는 심슨 사건을 보면 이를 실감하게 된다. 전설적인 미식 축구 선수 심슨의 아내가 피살되었고, 심슨은 유력한 용의자였다. 일반적으로 DNA 분석 결과가 우연히 일치할 확률은 1만분의 1밖에 안 되는데, 피살 현장에서 채취한 DNA가 심슨의 것과 일치했다. 이를 근거로 검사는 심슨이 범인일 확률이 99.99%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심슨의 변호인은 LA 인근의 인구 300만 명 중 동일한 DNA를 공유하는 사람은 300명이고 심슨은 이 300명 중의 1명일뿐이기 때문에 심슨이 범인일 확률은 0.3%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검사와 변호인의 상이한 주장은 서로 다른 측면의 확률에 주목한 결과인데, 결국 재판부는 변호인 측의 손을 들어 주었다. 이 사건은 심슨은 흑인이고 부인은 백인이라는 점에서 사건 자체의 진실보다 인종 문제로 비화되어 미국 전역을 흑백 공방으로 몰아넣었다.

  확률을 더욱 난해하게 만드는 것은 확률에 대한 여러 패러독스로, 그 중 심슨의 패러독스라는 것이 있다. 학과별로는 여학생의 합격률이 전반적으로 더 높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여학생의 합격률이 남학생에 비해 낮았던 실제 상황에서 비롯된 패러독스이다.

  어떤 질병의 검사 결과를 확률적으로 해석할 때에도 다소 의외의 상황과 만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바이러스의 감염 여부를 판정하는 검사법이 감염된 사람을 감염된 것으로, 감염되지 않은 사람을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옳게 판정할 확률이 99%라고 하자. 그런데 만일 이 바이러스에 실제로 감염된 사람이 감염되지 않은 사람에 비해 아주 극소수인 경우에는 상식적인 기대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실제로 감염된 사람이 우리나라 전체에서 3,000명뿐이라고 하자. 우리나라 인구를 5,000만 명이라고 하고, 판정이 정확할 확률을 99%로 하여 다음과 같이 분석할 수 있다. 실제 감염자 중 검사를 통해 감염자로 판정되는 수는 3000명의 99%인 2,970명이 되고, 1%인 30명은 잘못 판정하여 비감염자로 분류된다. 한편 실제 비감염자인 49,997,000명 중에서 99%인 49,497,030명은 비감염자로 올바르게 분류되지만, 1%인 499,970명은 감염자로 오판된다. 이렇게 확률적으로 따져 보면, 검사 결과 감염자로 판정받았을 때 실제로 감염자일 확률은 2,970/502,940이므로 0.6%에 불과하다. 이런 연유로 임상에서는 유의할 검사 결과를 얻게 되면 보다 확실한 진단을 위해 다른 검사 방법을 추가적으로 이용한다. 99%와 0.6%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 크다. 만약 감염자로 판정받으면 머피의 법칙을 떠올리겠지만 진짜 감염 여부는 샐리의 법칙이 될 수도 있으니, 확률은 정말이지 희비쌍곡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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