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200> 밀회를 즐기다니요?
평설 금병매 <200> 밀회를 즐기다니요?
  • <최정주 글>
  • 승인 2004.10.25 17: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 무송, 돌아오다 <24>

 “이것이 무슨 생사람을 잡을 소리다요? 그 두 분이 내 찻집에서 우연히 얼굴을 마주치기는 했지만, 밀회를 즐기다니요? 얼토당토 않은 말씀일랑 마시우.”

왕노파가 입에 거품을 물고 대들었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무송이 왕노파의 팔목을 움켜 잡았다. 왕노파처럼 교활한 할멈이 좋은 말로 하면 진실을 얘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냥 잡기만 했는데도 왕노파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팔을 부러뜨리기 전에 사실대로 말하시오. 다 알고 왔소. 반여인과 서문경이 몇 번이나 만났소? 할멈은 몇 푼 돈에 눈이 어두워 방을 빌려주었겠지요? 두 년 놈이 짜고 내 형님을 살해했겠지요? 사실대로 말하시오, 사실만 말해주면 할멈한테는 조금도 해꼬지를 않겠소.”

무송이 팔을 조금 비틀었다.

왕노파가 아야,아야, 비명을 내지르다가 갑자기 발악을 시작했다.

“아이고 아야, 이 놈이 날 죽이려하는구나. 호랑이를 때려잡은 무지막지한 손으로 연약한 노파 하나를 죽이려하는구나. 사람 살려요. 사람 살려요. 여기 살인이요, 살인.”

“이 할멈이 지금.”

기운으로 위협해도 통하지 않자 무송이 당황하여 손아귀의 힘을 조금 늦춰주었다. 처음 왕노파를 찾아올 때는 적당하게 위협을 가하면 진실을 털어놓을 줄 알았는데, 살인난다고 고함을 지르면서 이웃을 부르고 있는 것이었다. 왕노파의 예상대로 구경꾼이 하나 둘씩 모여들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창문을 열고 들여다 보았고, 어떤 사람은 찻집 안에까지 들어와 구경하고 있었다.

구경꾼이 모여들자 왕노파의 기가 더욱 살아났다.

“이웃분들, 내 말 좀 들으시오. 순포도감도 벼슬이라고 무작정 찾아와서는 다짜고짜 날 죽이겠다면서 무대의 살인범을 대라고 행패를 부리니 이 일을 어쩌면 좋겠소. 누가 현청에 가서 고소 좀 해주시오. 호랑이를 맨손으로 잡았다고 순포도감 벼슬을 얻은 무송나리가 죄없고 힘없는 백성 하나를 죽이려한다고 고소 좀 해주시오.”

“허허, 이 할멈이. 언제 내가 할멈을 죽이겠다고 했소.”
무송이 팔목을 놓으며 말했다.

“아, 죽이겠다고 안 했소? 듣는 사람이 없었다고 발뺌을 할 작정이요? 그것은 대장부가 할 짓이 아니지요. 이걸 보시오. 팔목이 시퍼렇게 멍이 들었소.”

왕노파가 퍼런 팔목을 구경꾼에게 보여 주었다. 무송이 어이가 없어 허허허 헛웃음을 웃는데, 더욱 기가 살아난 왕노파가 구경꾼에게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