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201> 꽃 속에서 사시는 분이 뭐가 아쉽다고
평설 금병매 <201> 꽃 속에서 사시는 분이 뭐가 아쉽다고
  • <최정주 글>
  • 승인 2004.10.26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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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무송, 돌아오다 <25>

“호랑이를 맨손으로 때려잡은 장사한테 이 늙은 할멈은 한 주먹감도 안 되겠지요. 아무리 그래도 없는 일을 있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요. 반부인과 서문경 나리가 내 찻집에 오기는 했었소. 내가 반부인한테 바느질을 부탁했었거든요. 그 와중에 두 사람이 한 두 번 눈길이 마주쳤을지도 모르겠소. 허나 하늘도 알고 땅도 아는 일이오만, 내 집에서 두 분 사이에 불상사는 없었소. 말 한마디도 나눈 일이 없었소. 그런데 날더러 없었던 일을 있었다고 말하라고 하니, 비록 늙은 할멈이지만 목에 칼이 들어와도 어찌 거짓을 말하겠소? 내가 무송장사를 현지사한테 고소하겠소. 시퍼렇게 멍이 든 팔목이 증거요, 증거.”

왕노파가 금방이라도 현지사를 찾아갈 듯 설쳐댔다.

“정말 반여인과 서문경이 이 집에서 밀회를 나눈 일이 없다는 말이요? 바로 저 방이라고 했소. 두 사람이 방에서 밀회를 나누는 동안 할멈은 저기 문 밖에서 망을 보지 않았소? 그걸 알고 찾아온 내 형님을 서문경이 발로 가슴을 차지 않았소? 내가 다 듣고 왔는데도 아니라고 거짓말을 할 참이요?”

무송이 목소리를 낮추어 차분하게 말했다.

“없었소. 누구한테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니, 누구랄 것도 없지. 틀림없이 과일을 팔러 다니는 운이라는 놈이 말했겠지. 그놈이 과일을 안 팔아 준다고 문짝을 부수고 도망가더니, 이제는 거짓말까지 하고 있는 거야. 틀림없어, 그 쥐새끼같은 놈이 무송장사한테 날 모함한거야. 안 그렇소? 무송장사. 운이 놈이 말했지요? 반여인과 서문경 나리가 내 찻집에서 밀회를 하더라구 했지요?”

“맞소. 운이한테 들었소.”

기왕에 왕노파의 입에서 운이 놈의 이름이 나왔을 바에야 숨길 일도 아니라는 생각에 무송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그럴 줄 알았지. 그놈이 그랬소. 나한테 과일을 팔아달라고 하길래, 다른 날은 몇 개씩 팔아주기도 했지만, 그날따라 차를 한 잔도 못 팔아서 돈이 한푼도 없어 못 사겠다고 했더니, 문을 발로 차면서 행패를 부립디다. 그래서 내가 몽둥이로 몇 대 때렸더니, 그것을 가슴에 품고 있다가 날 모함한 모양이요. 그때 아마 반부인과 서문경 나리가 내 찻집에 있었는지도 모르겠소. 반부인이 저기 구석 자리에서 바느질을 하고 있었고, 서문경 나리는 여기 이 쪽 자리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소. 딱 한번인가 반부인이 있을 때 지나가던 서문경 나리가 들린 일이 있었소. 그것이 다요. 서문경 나리가 첩이 다섯이나 되는 분이요. 밤마다 꽃 속에서 사시는 분이 뭐가 아쉽다고 초라한 반부인을 욕심내겠소. 영악한 그 놈이 무송 장사를 속인 것이요.”

“운이는 결코 나를 속일 아이가 아니요.”

무송의 말에 왕노파가 흐 웃다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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