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2천억弗
수출 2천억弗
  • 승인 2004.10.2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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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 우리 가치관은 士,農,工,商이다. 선비를 으뜸으로 잡았고 다음이 농사짓는 일. 다음이 물건을 만들어내는 일. 그 다음이 요즘 상업에 해당하는 장사다. 농사짓는 일을 선비 다음으로 올려 농사를 天下之大本으로 세운때도 있었다. 그러나 장사는 맨 끌으로 가장 천시됐다. 孟母三遷이라 해서 집을 장터 옆으로 이사하자 장사시늉 하는 아들을 보고 이사했다는 고사도 장사천시의 하나다.

▼지금에 와서 이런 가치관이나 직업의 서열을 매겼다가는 큰 코 다친다. 선비는 그렇다 치고 농사나 공업 밑으로 상업이 내려가는 것은 언감생심 상상도 못할 일이다. 장사, 즉 상업이 으뜸이 되었다는 얘기다. 장사를 잘하면 부자된다는 말 같이 물건을 내다 팔아 거기에서 얻는 이윤이 쌓여 부를 이루는 것이 곧 장사라는 상업의 속성이다. 물론 헛장사 하는 경우도 있다.

▼그 장사가 요즘 말로는 수출이다. 내수(內需)라는 내국인들을 상대로 장사도 하지만 그 보다는 외국에 내다 팔아야 이윤이 올라가고 국가경제라는 나라에 큰 이익이 보태진다. 이것을 어느 만치 잘하느냐에 나라경제가 좌우되고 그 나라가 부강해지느냐가 가려진다. 그래서 "수출입국"이라는 말과 함께 각국간의 치열한 경쟁에 의한 "수출전쟁"으로까지 불리고 있다.

▼며칠전 우리나라가 금년에 수출 2천억 불을 달성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1950년대 중반 이후부터 간헐적으로 시작한 수출이 1964년 1억 불을 올리면서 한국이 "수출전선"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온 나라가 축제분위기에 휩쌓였고 1억 불 수출달성을 기념하는 수출탑이 세워지기도 했다. 사.농,공,상의 맨 끝줄인 장사가 이렇듯 국가와 경재발전의 원동력이 될줄이야...

▼우선 수출 2천억 불의 성장세는 세계에서 10위권 수출국으로 랭크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40년만에 이룬 쾌거다. 우리가 잘살게 된 "한강의 기적"도 이 수출의 꾸준한 신장세가 가져다 준 결과다. 그러나 이것으로 자족할 수 없는 우리 수출전선이다. 앞으로 4천500억 불에 이르러야 우리 GNP(국민소득)가 지금의 1만 불 선에서 2만 불로 올라선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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