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202> 그 놈이 얼마나 영악한 놈인지 아시오?
평설 금병매 <202> 그 놈이 얼마나 영악한 놈인지 아시오?
  • <최정주 글>
  • 승인 2004.10.27 1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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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무송, 돌아오다 <26>

“그 놈이 얼마나 영악한 놈인지 아시오? 조금만 어수룩하게 보여도 등치고 간 빼 먹을 놈이요. 무송 장사, 한 가지만 물읍시다. 혹시 운이 그 놈이 배를 다 팔아주면 제 놈이 알고 있은 사실을 말하겠다고 안 합디까?”

왕노파가 눈을 빤히 뜨고 올려다 보았다.

“그건 사실이요. 배를 한 바구니 팔아주면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말해주겠다고 했소.”

“그놈이 그런 놈이요. 등 치고 간 빼 먹을 놈이요. 아마 모르면 몰라도 만두에 고기까지 얻어 먹었을 것이요, 그 놈이.”

왕노파의 말에 무송의 뇌리에 혼란이 왔다. 어쩌면 운이 놈의 말이 거짓이고, 왕할멈의 말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운이 놈이 배 한 바구니를 팔기 위하여 거짓말을 했는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만큼 무송이 보기에도 운이 놈은 영악했다. 그리고 왕노파는 그런 운이 놈을 샅샅이 꿰뚫고 있지 않은가? 마치 곁에서 본 듯이 알아맞히고 있지 않은가.

“왕할멈의 말이 맞소. 운이 놈은 나한테서 만두와 고기까지 얻어 먹었소. 미안합니다. 내가 어린 놈의 말만 믿고 할멈한테 함부로 했소.”

무송이 사과했다. 그러나 왕노파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사과만 하면 다요? 시퍼렇게 멍이 든 이 팔목은 어찌할 것이요. 늙은이라 잘 낫지도 않을텐데 어찌할 것이요. 아직도 팔목이 욱신거리네. 약이나 바르면 나으려나.”

왕노파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팔목을 주물렀다.
무송이 얼른 주머니에서 엽전 두닙을 꺼내 주었다.

“이것으로 약이라도 사서 바르십시오. 미안합니다.”
무송이 얼굴을 벌겋게 물들이며 찻집을 나왔다.

“아무 잘못도 없는 서문경 나리를 의심하지 마시오. 이 분들이 잘 알고 있소. 반부인이나 서문경 나리가 무대의 장례를 얼마나 호사스럽게 치루었는지를요.”

뒤에서 왕노파의 목소리가 따라왔으나 돌아보지 않았다.

‘형님의 죽음은 영영 미궁 속으로 빠지고 마는가? 형님의 억울한 원한을 갚을 길은 없는가?’

무송이 허탈한 심정으로 찻집 골목을 나와 현청이 있는 큰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뒤에서 장사님, 장사님,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목소리로 운이 놈인 것을 안 무송이 험상궂은 얼굴로 돌아보았다.

“왕할멈한테 자백은 받았나요?”

“이놈아, 자백을 받기는 무슨 자백을 받아? 너 나한테 거짓말을 했지? 배를 팔기 위하여 헛소리를 지껄였지?” 무송이 눈을 부릎 뜨고 물었다.

“제가 무송장사님께 거짓말을 했다구요?”

운이 녀석이 눈을 치켜 뜨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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