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감영 복원, 규모부터 갖춰야
전라감영 복원, 규모부터 갖춰야
  • 승인 2004.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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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라북도는 ‘전주시가 구도심 활성화를 위해 전라감영 복원면적을 줄여주도록 요구해 올 경우 적극 검토’한다는 방침이고, 전주시는 ‘도청사이전부지 활용방안에 대한 심포지움과 토론회 등에서 전라감영 복원과 구도심 활성화가 조화있게 추진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했다.

 이 말을 바꾸면 전라감영 복원은 구도심을 활성화하기 위한 주민들의 요구에 막혀 제대로 된 규모를 갖출 수가 없다는 뜻이 된다. 참으로 본말이 전도된 이상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감영복원이 구도심 구색 맞추기의 보조수단이 아니라 전체적인 도시계획의 핵심사항임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전라감영 복원사업은 천년의 사적과 기록을 챙기는 지역의 핵심사업이고 동학농민혁명등 근대사의 궤적을 재현, 보존하여 후대에 길이 남게 하는 역사적 과업의 일환임에랴. 구도심과 조화란 전라감영의 위용을 원형질로 재생한 연후에 그에 맞춰 주변정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의 문제이지 구도심에 전라감영 크기를 맞추는 억지춘향 작업이 아니다.

 주변 상가를 그대로 두면 상인들에게서 욕을 먹지 아니하고, 작든 크든 적당히 흉내만 내어 건설해도 ‘전라감영복원’이라는 대사는 달성한 것이며, 기록으로도 아무개라는 성명이 남을 수 있는데, 구태어 시끄러운 판을 만들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한다면 그런 행정책임자는 이미 전라감영을 말할 자격이 없다고 할 것이다.

 경기전이 복원되고 전통문화거리와 센터, 한옥보존지구에 관련 건축물이 지속적으로 확충되고 있는 가운데 전라감영은 주변을 희생하고라도 복원해야 할 가치가 있는 고귀한 유산이다. 감영을 본래보다 확장하여 대규모화함으로써 전통문화도시 상징성을 세워야 마땅하거늘, 초라한 감영 지어놓고 상가가 그대로 있다고 해서 무슨 수가 나겠는가 말이다.

 전라감영이 없는 광주는 전남도청 자리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추진하고 있다. 엄연한 전라감영 유산을 놓고 ‘최소화’, ‘주변상가’, ‘구도심과 조화’ 등 그럴듯하지만 알고보면 ‘새 고무신 엿바꿔 먹는 짓’보다 더 못한 착상들을 하고 있으니 전주와 전라북도가 부끄럽고 조상에도 후손에도 면목없는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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