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203> 그래, 멀 좀 알아냈는가?
평설 금병매 <203> 그래, 멀 좀 알아냈는가?
  • <최정주 글>
  • 승인 2004.10.28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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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무송, 돌아오다 <27>

“아니야? 그럼?”

“아니예요. 배를 팔 욕심이 있기는 했지만 거짓말은 안 했어요. 서문경나리와 반부인이 왕할멈네 찻집에서 벌거벗고 있었던 것은 틀림없어요. 하늘에 두고 맹세해요. 부처님을 두고 맹세해요.”

운이 놈의 큰 소리에 또 무송의 마음이 흔들렸다. 놈이 아무리 영악하다고 해도 사람의 죽음을 놓고 거짓말을 할 리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왕노파한테 몽둥이로 맞았다고 하드래도 욕지기 몇 마디면 끝날 일이지, 남녀간의 불륜이나 죽음을 놓고 거짓말을 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더구나 서문경이라면 운이 놈한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었으면 주었지 해꼬지를 할 일도 없었을 것이 아닌가. 서문경이 호색한이기는 해도 인정은 많다는 소문이었다. 지나가는 길에 운이 놈의 과일을 몇 번은 사주었을 것이었다. 그리고 형수였던 반여인이 운이 놈과 원한을 질 일도 없었을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다. 바람기는 있었을 망정 반여인도 인정은 많았었다.

혹시 무슨 소문이나 들을까 하여 무송이 오후 내내 청아현 거리를 헤매다가 해가 진 다음에 집으로 돌아오자 채곤륜과 미앙생이 부엌에서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아우가 돼가지고 형님 대접도 제대로 못하는군요.”

“미안해할 것 없네. 누가 준비하면 어떤가? 배만 채우면 되지 않은가? 그래, 멀 좀 알아냈는가?”
채곤륜이 물었다.

“글쎄요. 이 사람 말을 들으면 이 사람이 옳고, 저 사람 말을 들으면 저 사람이 옳으니, 갈피를 잡을 수가 없습니다.” 무송이 한숨을 내쉬며 오후에 있었던 일을 상세하게 얘기했다.

“운이라는 아이의 말이 진실일 것입니다.”
무송의 말을 다 듣고 난 미앙생이 단정을 내렸다.

“그럴까? 왕할멈은 너무 교활하단 말야. 운이 놈은 영악하고.”

“내 생각도 미앙생 아우와 같네. 운이 놈이 비록 영악하다고는 해도 배 한바구니 팔자고 그 엄청난 일을 거짓으로 꾸미지는 않았을걸세. 그리고 그 아이가 현청까지 찾아왔드라면서? 길에서 우연히 만나 그런 말을 했다면 거짓일 수도 있겠지만, 그 아이는 아우를 만나러 현청까지 찾아갔었네. 그것은 분명 배나 팔자는 수작은 아니었을 걸세.”

“헌데, 왕할멈의 말을 들어보면 또 왕할멈의 말이 맞는 것같다니까요.”

“형님도 참, 갑갑하십니다. 아, 왕노파네 찻집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하드래도 그걸 사실대로 말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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