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204> 아랫녁이 특별한 모양일세
평설 금병매 <204> 아랫녁이 특별한 모양일세
  • <최정주 글>
  • 승인 2004.10.29 18: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 무송, 돌아오다 <28>

자기 집에서 두 사람이 불륜을 저질렀고, 그것이 빌미가 되어 살인까지 했다면 자기도 무사하지 못할 것을 뻔히 알텐데, 예,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하고 실토를 하겠습니까? 아마 팔이 하나 부러지드래도 사실을 말하지 않았을걸요.”

미앙생의 말에 채곤륜이 덧붙였다.

“이따가 미앙생 아우와 내가 다시 서문경을 염탐할 걸세. 오늘은 아우가 왕할멈도 만나고 여기저기 쑤시고 다녔으니까, 다른 이야기가 나올걸세. 들어보면 알겠지.”

채곤륜의 말에 무송이 신뢰의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래주시겠습니까? 형님과 아우가 곁에 있어 얼마나 든든한지 모르겠습니다.”

“형제간의 일이 아닌가? 조금도 마음쓰지 말게.”
채곤륜이 무송의 어깨를 두드리며 미앙생을 바라보았다.

미앙생은 어쩌면 저녁에는 천하의 호색한인 서문경이 역시 천하의 호색녀인 반금련과 교접하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레었다. 그러나 아직 때가 아닌 모양이었다. 미앙생이 채곤륜과 함께 반금련이 머물고 있는 서문경의 별채 지붕에 올라 앉아 방안을 엿보았을 때, 방에는 반금련이 혼자 오두마니 앉아있었다. 그동안 청루에서 분단장한 기생들을 많이 보아왔던 미앙생의 눈에는 반금련이 썩 예쁜 얼굴로 보이지 않았다.

“반여인이 천하의 호색한인 서문경이 반할 얼굴은 아니네요.”
미앙생이 조금 실망한 투로 채곤륜을 돌아보았다.

“여자의 아름다움이 얼굴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
“그렇다고 저 여자가 마음이 고운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허허허, 이 사람. 기생깨나 주물러 보았다는 아우가 그것도 모르는가? 여자가 남자를 호리는 것이 꼭 얼굴만은 아닐세. 반여인은 아마 아랫녁이 특별한 모양일세.”

“아랫녁이요?”
“이제야 알겠는가? 흐흐흐.”

채곤륜이 작은 소리로 킬킬거릴 때였다. 반금련이 벌떡 일어서고, 서문경이 방으로 들어왔다.

“왜 이제 오세요? 숨이 막혀 죽는 줄 알았어요.”
“숨이 왜 막혀?”
“무송이 쳐들어올까 싶어서요.”

“그 놈이 아무런 증거도 없이 쳐들어 올 수는 없지. 아무리 무식한 놈이라도 제 목숨이 소중한 줄은 알테니까?”

“왕노파의 팔목에 시퍼런 멍자국을 남겼다면서요? 왕노파가 사실을 고백하지는 않았겠지요?”

“안 했소. 그걸 말하면 자기도 죽는데 어찌 말을 하겠소? 그러니 부인은 아무 걱정도 마시오. 내가 다 알아서 할 것이니, 부인은 그저 얼굴이나 가꾸고 월랑과 사이좋게 지낼 생각이나 하시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