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205> 다 왕노파가 꾸민 일이요
평설 금병매 <205> 다 왕노파가 꾸민 일이요
  • <최정주 글>
  • 승인 2004.10.31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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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무송, 돌아오다 <29>

“안 그래도 큰 형님과는 얼마나 다정하게 지낸다구요. 오늘도 큰 형님께 가서 아양을 떨고 왔는걸요.”

“다른 부인들과도 척을 지지는 마시오.”

“젤 막내인 제가 어찌 척을 지겠어요. 형님들이 질투를 하니 제가 피곤하지요. 정말 왕노파를 믿어도 될까요? 검시역 하구처럼 돈이나 몇 푼 주어 멀리 쫓아버리면 어떨까요?”

“내 쫓아?”

서문경이 반금련을 빤히 바라보았다. 반금련이 어깨를 으쓱했다.

“만약에 말예요, 무송의 협박에 못 이겨 왕노파가 사실을 자백하면 어떡해요. 무대를 독살시키라면서 서방님이 독약을 주더라고 말하면 어떡해요?”

반금련이 울상을 지었다.

“가만, 내가 왕노파한테 독약을 주었다구?”

서문경이 눈을 크게 뜨고 반금련을 노려보았다.

“아닌가요? 우리들의 사랑을 위해 무대를 죽이라는 말과 함께 서방님이 주더라면서 왕노파가 저한테 독약을 주었는걸요.”

“아니야. 무대가 없어져 주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었지만, 내가 죽일 생각은 없었어. 살인까지 저지를 생각은 없었다구.”

“그렇다면 왕노파가 절 속였다는 말씀예요? 정말 서방님이 독약을 주신 것이 아니던가요?”

“아니라니까. 내가 그럴 까닭이 없잖아? 부인이 욕심이 나기는 했지만, 어찌 여자 하나를 얻겠다고 살인을 저지르겠소? 절대 아니요. 다 왕노파가 꾸민 일이요.”

“그렇다면 우리가 걱정할 일은 아니군요. 왕노파가 이번 일을 무송에게 까발기거나 현청에 고소할 일은 없겠군요.”

“그렇소. 하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그리고 벌써 여기저기 다 손을 써놓았소. 운이 놈의 입도 막아놓았소.”

“잘 하셨어요. 전 서방님만 믿어요.”

반금련이 코맹이 소리를 내며 서문경의 품을 파고 들었다. 미앙생이 침을 꿀꺽 삼키는데 채곤륜이 옆구리를 쿡 찔렀다.

“가세.”

“잠시만 더 머물다 가면 안 될까요? 한참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려하는데요.”

미앙생의 말에 채곤륜이 눈을 부릎떴다.

“이 사람이 지금. 우리가 한가하게 서문경의 정사장면이나 구경하고 있을땐가? 무송 아우는 속이 타서 기다릴 판인데.”

“제 소견이 짧았습니다. 가시지요.”

미앙생이 단념하고 몸을 일으켰다.

“왕노파의 수작이라구요? 내 이년을 당장 주먹으로 때려죽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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