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락금지 비용
윤락금지 비용
  • 승인 2004.10.31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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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의 도덕주의는 근대에 이르러 벤담(Jeremy Bentham)의 공리주의에서 보는 양적 지향과 밀(J. S. Mill)이 신앙처럼 받드는 질적인 관점의 절제와 고답의 면모로 얼핏 외양에서 차이를 보이는 듯도 하다. ‘살찐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는 밀이 애써 강조하는 문구다.

 또 세계주의적인 보편 지향의 스토아학파적 근엄이 있는가하면 개별적 특성의 개인주의적인 에피쿠로스적 정신적 쾌락을 취하는 행복 추구의 유형이 있다. 그에 비해 동양의 윤리는 유교적 바탕에서 군신관계와 가족관계가 기본이 되는 공동체적 삶의 자세를 주관념으로 하여 단일한 폼을 형성한다.

 동양사회에서 유곽이나 기생제도는 전래의 유교적 기풍의 문화에서 왕과 지배층이 내리는 시혜품이다. 그들이 수행하는 역할도 준공무의 성격이 강할 만큼 관의 명령에 의해 대부분 규제되었다. 가장 두드러진 개인주의의 상징이 성이 관에 예속되는 건 그만큼 왕조체제에 가까운 후진적 지배하의 사회라고 할 수 있다.

 20세기 전반에 아직 여성의 참정권이 본격적으로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실제로 서구의 일부 선진국들이 성매매에 간여하려는 대단한 시도를 폈다가 접은 적이 있다. 그러나 일본과 중국 한국에서는 성매매금지같은 법을 만들려는 시도를 해 보지도 않았다. 일본이 후진국이어서 중국이 무얼 몰라서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

 도덕주의를 표방한 한국의 신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성매매방지법은 21세기 현대화된 민주주의 국가에서 보기 어려운 새로운 선례 하나를 남기게 될 것이다. 소위 윤락행위를 팔고 사는 개인의 성 영역에까지 국가가 공권력을 투입할 만큼 국가제도와 국민생활이 굳건하고 윤택한지가 첫째 의문이다.

 둘째로 이념적이고 도덕적인 공과를 얻기 위해 만일 국력의 많은 부분이 허비하게 되는 결과로 나올 경우 그로인해 감당해야 할 사회비용은 정권이 끝난 후 장기간 부담해야 할 정도로 단순치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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