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206> 제 억울한 사연을 들어보십시오
평설 금병매 <206> 제 억울한 사연을 들어보십시오
  • <최정주 글>
  • 승인 2004.11.01 17: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 무송, 돌아오다 <30>

집으로 돌아온 채곤륜과 미앙생의 말을 들은 무송이 펄펄 뛰었다. 그런 무송을 채곤륜과 미앙생이 붙잡아 앉혔다.

“참게. 하룻밤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닐세. 정식으로 고소장을 작성하여 현지사한테 바치게.”
채곤륜의 말에 미앙생이 맞장구를 쳤다.

“그러십시오. 일에는 순서가 있는 것입니다. 마침 제가 고소장 정도는 작성할 수 있으니, 서문경의 집을 두 번 염탐한 내용과 형님이 운이라는 아이한테 들었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고소장을 작성하겠습니다.”

“미앙생 아우가?”
무송이 물었고, 채곤륜이 거 참, 잘 되었군, 하고 말을 이었다.

“일단 고소장을 바치면 현지사가 용의자들을 불러 심문을 할 것이 아닌가? 현지사가 누구인가? 따지고 보면 이번 일이 있게 한 장본인이 아닌가? 무송 아우가 현지사의 심부름으로 서울엘 가느라 청아현을 비우지 않았다면 반부인이나 왕노파나 서문경이 어찌 무대 형님을 살해할 꿈을 꾸겠는가?”

“그야 이를 말씀입니까?”
무송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지사가 자네 편에 서서 잘 처리해 줄 걸세. 현지사를 믿게. 더구나 자넨 순포도감이 아닌가? 현지사 밑에서 녹을 먹고 있는 벼슬아치란 말일세.“ 채곤륜이 자신있게 말했다.

그러나 세상 일이란 순리대로만 움직여 주는 것이 아니었다. 다음날 오전 일찍 현청의 문이 열리자마자 찾아간 무송이 고소장을 내놓자 현지사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것이 무엇인가?”
“현지사 나리, 제 억울한 사연을 들어보십시오.”
“순포도감, 자네한테 억울한 일이라니?” 현지사가 눈을 꿈벅거렸다.

“자세한 내막은 고소장에 다 있습니다만, 우선 구두로 말씀을 올리겠습니다. 제게는 무대라는 형님이 계셨습니다. 부인은 반금련이었구요. 헌데 제가 현지사님의 심부름으로 서울엘 다녀오는 동안 반부인이 서문경과 눈이 맞아 왕노파의 찻집에서 불륜을 저질렀습니다.”

“허허, 고약한 일이로군. 더구나 내 심부름을 간 사이에 그런 일이 벌어지다니, 내 용서할 수 없도다.”
현지사가 얼굴을 찡그렸다.

“두 년 놈이 불륜만 저질렀다면 제가 고소장까지 올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반여인과 서문경과 왕노파가 짜고 제 형님을 독살시켰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