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영화제, 누구를 위한 잔치인가?
여성영화제, 누구를 위한 잔치인가?
  • 강영희기자
  • 승인 2004.11.02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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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막을 이틀 앞둔 제 5회 전북 여성영화제가 정체성 논란에 휘말렸다.

 그동안 성과를 뒤로한 채 영화제의 지향점 자체를 전환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4회까지 영화제가 서울여성영화제 상영작들로 채워졌던 반면 올해 영화제는 비디오 대여점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영화들이 대부분이다. 여성영화제가 페미니즘 대신 휴머니즘을, 대안영화 대신 대중영화를 택했다는 짧은 판단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특히 여성영화제는 지금까지 매년 발전을 거듭하면서 한국여성재단의 우수사업으로 선정됐을 뿐만 아니라 전북도의 안정적 재정 지원으로 올해 예산이 5천여만원에 이르는 탄탄한 영화제로서 비상을 앞두고 있었다. 올해 전북여성영화제 예산은 여성부 지원금 2천 700여만원과 전북도 지원금 800여만원, 전주시 지원금 500여만원을 더해 규모가 4천만원에 달하고 각 대학과 기관으로부터 받은 협찬금까지 포함하면 5천원대를 훌쩍 넘는다.

 그런데 올해 여성영화제는 그동안 여성영화제에 길들어진 영화 마니아들의 욕구와 여성의 시각을 뒤로한 채 다수의 시선을 우선 고려함으로써 각종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상영작 대다수가 쉽게 감상할 수 있는 영화들로 개막작 ‘내 책상 위의 천사’는 90년 제작돼 비디오와 DVD로 이미 출시된 작품이고, 폐막작 ‘파란대문’ 역시 98년 개봉해 이미 비디오 등으로 쉽게 만날 수 있는 영화다. 영화제 전체 프로그램의 90%에 달하는 메인 프로그램을 개당 3∼4만원이면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DVD로 메운다는 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비난과 함께 부쩍 늘어난 예산을 어디에 집행할지 모르겠다는 우려가 무색해 보이지 않는다. 여성이라는 특수성과 관객확보를 놓고 고민한 여성영화제 조직위의 노고는 인정하더라도 여성영화제가 과연 누구를 위한 잔치인지 의심케 하는 부분도 이 때문이다.

 지금까지 여성영화제의 주인공은 ‘여성’이었다. 과연 올해 주인공은 누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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