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207> 저런 쳐죽일 놈이 있는가?
평설 금병매 <207> 저런 쳐죽일 놈이 있는가?
  • <최정주 글>
  • 승인 2004.11.02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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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무송, 돌아오다 <31>

“맞아. 나도 무대라는 떡장사가 죽었다는 보고를 받은 일이 있었지. 헌데 검시역 하구의 말로는 시체에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는데? 그래서 매장이건 화장이건 해도 좋다는 허락이 떨어진 걸로 아는데?”

“그것은 서문경의 매수를 받은 검시역 하구가 조작을 한 것입니다.”

“검시역이 조작을 했다? 저런 쳐죽일 놈이 있는가? 여봐라. 당장 가서 하구 놈을 포박하여오너라.”
현지사가 곁에 부복하고 있는 형리를 향해 냅다 소리를 질렀다.

“현지사님, 하구는 벌써 도망을 치고 청아현에 없습니다. 놈은 제가 돌아왔다는 소문에 서문경한테 몇 푼 받아가지고 줄행랑을 쳤습니다. 그것만 봐도 무슨 야료가 있는 것이 분명하지 않습니까? 현지사 나리, 지금 당장 세 사람을 불러다가 심문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무송이 간절한 눈빛으로 간청했다.

“허허허, 명색이 관물을 먹는 사람이 소송의 절차도 모르는가? 고소장이 접수되었다고 당장 심문을 시작하는 것은 아닐세. 우선은 고소장을 검토해봐야할 것이 아닌가? 돌아가게. 돌아가서 기다리다가 내일 다시 오게.”

현지사의 얼굴빛이 싸늘하게 바뀌었다. 할 말은 많았으나, 내일 다시 오라는 현지사의 말을 믿고 무송은 현청을 나왔다. 돌아오는 길에 찻집에 들러 왕노파를 다그쳐 절반이나마 자백을 받아놓고 싶었으나, 어제의 일도 바로 서문경의 귀에 들어간 것을 생각하고는 그냥 지나쳤다.

다음날이었다. 무송은 시간에 맞추어 현청으로 나갔다. 그런데 현청 마당은 조용했다. 소송건이 있으면 형틀이 준비되고, 심문을 준비하느라 형리들이 바쁘게 움직일텐데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조용했다.

무송이 곧 바로 현지사한테 찾아갔다.

“자네, 왔는가?”
“예, 현지사님. 밤새 평안하셨습니까?”
“나야 평안했네만, 자네는 안 그런 것 같군.” 현지사가 딴소리를 했다.

“예, 소인은 형님만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나게 됩니다. 형님의 원한을 갚기 전에는 이 몸은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닙니다. 제발 현명하신 판단으로 형님의 억울한 한을 풀어주십시오. 엎드려 빕니다.”

“그래야겠지. 헌데 자네의 고소장에는 누가 이러이러하더라, 는 내용만 있지, 실질적인 증거는 하나도 없더군.”

현지사의 말에 무송이 깜짝 놀라 고개를 쳐들었다.

“예? 그것이 무슨 말씀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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