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감옥
홍콩 감옥
  • 승인 2004.11.03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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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에 있는 대공원 센트럴 파크의 산책로에 낙엽이 흩날리면 검은 피부의 부랑아들이 슬슬 한 두명씩 떼지어 산책로를 어슬렁거린다 한다. 여름 내내 큰 나무 밑에 매미처럼 붙어살다가 찬바람이 일면서 나온 인근 주변 할렘가의 부랑아들이다. 물론 이들의 산책은 낙엽을 밟으며 깊어가는 가을의 정서를 만끽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다 생각과 계획이 있어서다.

▼계획이란 산책로 주변을 어슬렁거리다가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낙엽을 밟으며 낙엽에 흠뻑 취해있는 여인의 핸드백을 슬쩍 하기 위해서다. 말하자면 도둑질하기 위해서다. 다행히 잡히면 경찰서 유치장 가는 티킷을 얻고 안잡히면 훔친 장물을 팔아 담요와 먹거리를 장만해 겨울나기를 준비한다. 그래서 뉴욕의 거지들은 세상 걱정할 것 없는 낙천가로 만사태평이라는 것이다.

▼도둑질하다 잡혀 경찰서 유치장에 가면 따순 스팀이 들어오는 유치장에서 종일 딩굴 수 있고 아침 조반은 에그 프리이와 빵과 도너스에 손바닥만한 스테이크와 커피가 곁들인 "아메리칸 브랙훠스트"가 있고 점심 식사후에는 경찰서 뒤안 푸른 잔디 위에 세워놓은 "장대 옹구대"에서 농구도 즐긴다. 뉴욕 거지들은 이래서 한해 겨울나기가 땅짚고 헤험치기보다 쉬워 항상 명랑하다는 말을 들었다.

▼가난과 병마에 시달리는 베트남 청년들 사이에 "홍콩 감옥행" 패키지 관광상품이 큰 화제가 되고 있다는 외신이다. 이 관광상품은 권총, 칼 등을 소지하고 홍콩으로 불법입국하다 잡힐 경우 홍콩감옥에서 편안한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신종 수법이라는 것. 권총이나 칼 등 좀 살벌하기는 하지만 그래야 잡혀 감옥에 갈 수 있으니 이것도 뉴욕처럼 유치장 가기 위한 티킷작전이다.

▼홍콩 감옥 역시 하루 세끼가 해결되고 몸의 병까지 찾아 고쳐주며 월 400홍콩달러(6만원 정도)의 복역수당까지 받는다. 그래서 홍콩감옥도 가난에 시달리는 빈곤국 사람들에 큰 패키지감이 되고 있다는 보도다. 감옥가기 위한 범죄티킷이라니 어안이 벙벙하다. 홍콩언론들은 불법 무기소유자나 불법체류자의 낙원을 막기 위한 특정법을 제정하라고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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