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백평 전라감영 복원 어색치 않나
5백평 전라감영 복원 어색치 않나
  • 승인 2004.11.04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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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도는 전라감영 복원을 최소화함으로써 구도심 활성화와 근대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 보전을 동시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현 도청 본관 및 서편청사와 의회건물의 골격을 유지한 채 재활용하고, 감영 자리를 뺀 부지에 박물관과 어린이 문화체험 교육장 등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그대로라면 총4800평 부지 중 새로 지을 감영 건물은 5백평 정도에 불과하다. 부지 전체의 겨우 10분의1 정도만이 감영 복원에 제공되고 대부분은 현대식 건물 그대로 남거나, 비슷한 종류의 건축물을 추가로 지어 박물관 등 문화체험 공간으로 사용할 예정이라는 말이다.

 우리는 본란을 통해 전라감영 복원 사업계획의 이런 식 본말전도(本末顚倒)는 전라감영의 역사적 유적으로서 가치를 멸실시켜 버리는 것임을 지적하고 그 자체 역사성이 훼손돼 버리기 때문에 ‘복원’으로서의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고 주장하였다. 상업적 목적에서 문화체험을 위한 시설이나 이벤트를 조성하고 그 안에 전라감영 건물을 구색으로 들여 놓는 형식으로 인식하기에 족하다는 것이다.

 이는 전라감영의 가치와 역사적 의미를 스스로 깎아내리고 뭉개버리는 그야말로 천추의 한이 될 잘못을 범하는 것이거니와, 전라감영 복원이 주변주민의 편협하고 근시안적인 이해관계에 타협하는 당국의 무기력에 의해 희화화로 전락하는 양상이라고 할 것이다. 문화재가 한없이 왜곡될 수 있는 것임은 ‘창경원 동물원’에서 경험한대로다.

 그곳은 왕궁이므로 그나마의 수모로 끝났지만 전라감영 부지가 전북도 방침대로 구조물배치에 이른다면 감영 건물에 한식 찻집 차려놓고, 어린이 놀이터에 담장넘기 하기 딱 좋은 경관이다. 그런 마당에 어떻게 전통문화도시를 부르짖을 것이며 얼마나 얄궂은 동네건물, 전라감영이라고 조소를 자아낼지 걱정이 앞서는 일이다.

 새만금에 환황해권, 1천년 고도, 평양과 더불어 가장 오래된 감영지인 전북, 전주의 전통문화도시 건설 안목이 500평 짜리 감영 건물 복원으로 하루 아침에 아이들 놀이터가 하나 더 생기는 것에 만족할 수밖에 없다면 아예 전주의 전통문화도시 개념은 머리 속에서 지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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