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적 서예가로 중앙 무대 활약
실험적 서예가로 중앙 무대 활약
  • 강영희기자
  • 승인 2004.11.08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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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인 송동옥 선생 개인전
 게걸음으로 옆으로만 내걷다

 지친 등줄기를 세우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잊고 있었다

 하늘이 넓다는 걸

 

 좁은 사람 사이에서

 네 탓이려니

 내 탓이려니 했는데

 모든 걸 하늘이 굽어안고 있었다

 하늘을 못보고 있었으니

 땅인들 제대로 알았으랴.

 <요셉세레나 수녀 글·하늘 사람 그리고 땅> 

 실험적 서예가로서 중앙 무대에서 활약 중인 평인 송동옥 선생이 아주 특별한 작품으로 관람객들을 찾는다.송 선생은 오는 11일부터 20일까지 서울 금호 미술관에서 6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초대일시 11일오후 5시. 자연의 심상을 노래한 작가는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이 하나되는 그 시점을 희망하면서 그것의 소중함을 작품 속에 가득 담아냈다.

  3년전 개인전에서 성균관대 송하경 교수로부터 ‘포스트모더니즘 서예의 한국적 시도’라는 평가를 받았던 송동옥 선생은 이번 개인전에서도 다양한 실험 정신을 풀어낸다.

 그의 작업 방식은 서예 정신에 기본을 두고 전각 기법을 택하면서 한국화적 색채가 드리워진, 상당히 복합적인 단계를 거친다.

 “제 작품의 장르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딱히 규정짓기 어렵죠. 장르를 허물고 있는 또 하나의 장르라고 할까요?”

 선생의 작품에는 해학과 열정이 담겨 있다. 그 속에는 정겨움이 있으며 또 언제라도 노래 소리가 들릴 듯하다.

 대학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유학정신을 전공한 작가는 작품세계의 가장 기본으로 도가·유가의 내용을 삼는다.

  그러한 이유로 작가의 작품은 빼어난 작품이면서 소장자를 언제나 기쁘게 해주는 부적과도 같다. 그의 작품이 토테미즘적 사상을 가득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점도 이 때문이다.

 “우리가 살면서 중요한 것은 즐거움을 얻는 것입니다. 저는 관람객들이 제 작품을 보면서 행복함을 얻기를 바랍니다. 또한 그것을 보고 행동하고픈 욕구를 얻기를 바라죠. 그것은 작품이면서 동시에 우리가 소위 말하는 부적이겠죠.”

 선생의 작업 방식은 아주 복잡하다. 석고판을 이용해 떠낸 다음 한지로 마티에르를 살려내는 부조 제작 방식과 흡사하다. 그가 말하는 전각 기법이 바로 이 과정을 따른다.

 선생을 평한 고려대 민용태 교수는 평인 선생의 성실성을 극찬했다. 민 교수는 “평인의 그림은 심미적 목적성을 넘어 예술을 신화적 증언이나 부적에 가깝도록 만든다”면서 “그림을 그리면서 평인처럼 글씨의 현학적 해석이나 상징의 주술성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드물다”고 평했다. 아울러 “평인은 그림을 통해 진실스러움을 넘어 진실 자체를 그리고 싶어한다. 그의 사계는 계절 감각을 뛰어 넘어 동양 전통이 긴 세월 동안 진실로 가꾸어온 색채이며 기호다”고 덧붙였다.

 평인 선생이 이번에 발간한 화집 역시 특별함으로 다가온다.

 요셉 세레나 수녀(김희진·안양 중앙성당)의 시와 작가의 작품이 나란히 실려 그것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한다. 화집은 한권의 사색 시집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알차다.

 성균관대 송하경 교수는 평인의 작품의 영롱함을 강조한다. 송 교수는 “평인의 작품에서 심락으로 왕래하는 추풍의 청상을 만난다. 그러기에 평인의 작품은 언제나 상쾌하다. 또한 심진으로 맺어지는 추로의 청결을 발견한다. 그러므로 평인의 작품은 언제나 영롱하다”고 말했다.

 평인과 뫼들, 루까 등으로도 불리는 작가 송동옥 선생은 전북 장수 천천면 출신으로 전주 영생고와 전주대 미술대학을 졸업, 성균관대 유학대학원에서 유교경전을 전공했다.

 대한민국서예대전 초대작가, 서울시 초대작가, 전라북도 초대작가, 성균관대 예술학부 강사로 활동 중이며 캐나다와 미국에서 특별한 작품세계를 선보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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