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지난 50년부터 실시해온 추곡수매제가 폐지됨으로써 농정은 더 설자리를 잃게 되었고 이제는 쌀수급제만 남게되어 우리 농업은 사실상 조종을 친거나 다를 바 없다. 이처럼 정부가 추곡수매제를 폐지하려는 의도는 WTO 등 국제협약에 의해서 더 정부의 지원을 할 수 없게 됨으로써 그 불가피성을 강변하고 있지만 어떻든 이 문제는 국가 전반에 걸쳐 엄청난 후유증을 유발하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양곡비축제가 추곡수매제를 대신할 수 있느냐다. 말 그대로 양곡비축제는 쌀값의 안정을 위한 조절기능으로 이것이 농민들의 소득을 보장하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못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 농민이 생산한 쌀값을 낮추는 역작용도 나올 수 있다. 더욱이 내년부터는 외국산 쌀 도입량이 대폭증가,우리 쌀값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될 때 우리 농정은 그만 막을 내리게 된다.
이로써 전북도가 정부에 대해 추곡수매제를 5∼6년 간 유예해 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북도는 정부가 내년부터 추곡수매제가 폐지되면 도내 농가의 75%가 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 예로 지금의 정부수매가 1등급(40㎏)이 5만8천원인데 시중가격은 5만 원에서 5만3천원으로 가마당 5천 원에서 8천 원까지 낮게 거래돼 연간 192억 원의 농가소득이 줄어든다.
정부는 무조건 추곡수매제만 폐지하려고 할 일이 아니라 먼저 농가소득을 최대한 보장하는 논농사 직불제나 예약매수제 그리고 다양한 영농정책부터 마련해야한다. 그러한 뒤 점진적으로 제도개선을 도입하는 것이 일의 순서다. 이러한 선행조치없이 추곡수매제를 폐지하려는 것은 우리농업을 죽이는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