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부정
창조적 부정
  • 승인 2004.11.2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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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의 인터넷 수능 부정행위는 컨닝이 당연히 용납되는 분위기가 아니면 시도되기 어려운 사건이다. 어쩌다 사회가 이 지경이 되었느냐는 푸념 일색이다. 그러나 소위 유연한 사고랄까, 난국 타개라고 할까, 혹은 목적을 위해 동원가능한 자원을 총가동하는 전략적 경향이랄까, 하여튼 창의적 활동으로 봐 줄 수는 없는지 모르겠다.

 광범위하게 관련 기술자를 모집할 수 있고 거기에 흥미를 느끼는 수많은 인적 자원이 있는데다 그것을 달성할 수단과 기구가 온전히 구비되어 있는 마당에 그걸 쓴 것이 과연 우수한 창조적 행위에 들지 말란 법이 있겠는가에서다. 자유로움이란, 흥미와 재미란, 그렇게 훌륭한 업적을 내기에 결코 실망시키지 않는 무기이다.

 ‘공부 안해도 성공할 수 있고 원하는 학교에 갈 수 있도록 창의성을 길러 준 교육 당국에 감사해야 할지 모른다, 그 결실이 너무도 뿌듯하고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른다’는 것도 한번쯤 염두에 두어서는 안되겠는가. 우수한 핵커가 어떻게 길러지느냐 물으면 틀림없이 ‘실전처럼 연습할 수 있는 여건에서 철저히 트레이닝하는 방식으로’라고 답할 것이다.

 우리의 위대한 창조적 자질을 갖춘 학도들이 가장 좋은 실험장이자 서스펜스가 굴뚝처럼 넘치는 환경을 부여받았는데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않은가. 더구나 시험문제도 미리 가르쳐주는 교육방송(EBS)이 공인받고 교내시험은 문제를 미리서 풀어보게 하고 출제하는 판인데 시험 명의와 감독관 혹은 경쟁자들만 바꿔졌을 뿐인데 무에그리 대수일 것인가.

 차라리 인터넷 컨닝을 특허내어 엄격한 시험을 치르는 선진국이나 아직 인터넷 기술이 많이 떨어지는 나라에 팔면 어떨까. 무슨 기술이든지 그것은 반드시 의미있거나 써 먹을 데가 있게 마련이다. 이과 과목인 과학이나 수학에 머리아픈 애들도 ‘아, 이것이 기술이고 아이디어구나’라고 이해한다면 이번 인터넷 컨닝사건은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 어떤 산업에 크게 기여하는 모티브가 되지 말란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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