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아무리 그렇기로
[여성칼럼]아무리 그렇기로
  • 승인 2004.11.23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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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의석의 확보를 위해서는 제도의 마련과 정당의 의지와 유권자의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지만 가장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여성 후보의 확보이다. 그 방법적 모색과 실천을 이야기 할 때 우리가 가까이에서 대할 수 있는 인물을 그 예로 드는 것보다는 선진 여성 의원의 예를 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교류 사업으로 방문한 미국 아리조나주 피닉스의 작은도시 스카시데일 시티의 여성 시의원 베티 드래익을 만나 자신이 시의원이 되기까지의 여러 가지 준비 과정을 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버클리대학에서 건축과를 졸업하고 건축디자이너 활동을 오랫동안 해오는 과정에서 지역의 현안 문제를 알아가게 되었다고 했다. 당선되기 전에는 25년 동안 시티의 기획 자문 조정위원으로 봉사했다고 한다. 12년 전 이혼을 하였으므로 가족의 도움은 적었지만 자신들의 친구와 자신이 활동하는 그룹들이 자신을 대대적으로 지지해주고, 20-30명씩 모여있는 모임장소에서 자신을 홍보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고 했다. 9명의 후보 중 8명은 남성이었고 자신만이 여성후보였지만 토론을 할 때도 다른 남성들은 원고를 보고하기도 하였지만 자신은 미리 집에서 준비하고 연구해 오곤 하여 보고 읽지 않았다고 했다.

 당으로부터 재정적인 지원을 받지는 않았지만 정당의 자원봉사자 40여명으로부터 봉사를 받았고 자신의 참모는 남자 2명, 여자 6명이며 보좌관도 여성이었다. 이렇게 각계각층의 전폭적인 권유와 지원으로 출마할 수 있었고 3개월 이상의 선거운동 후 3월 보궐선거에서 70%의 압도적인 득표로 당선에 이르게 되었다고 했다.

 스카시데일 시티는 시장도 여성이고 시의원 6명 중 자신만이 유일한 여성이지만 남성의원과는 별 갈등 없이 협력적 관계를 잘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는 회계사 출신의 남성의원이나 친구로부터 자문을 받아가며 해결하고 있다고 했다.

 여성의원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질문에는 미국사회의 다양한 문화 속에서 여러 민족과 문화를 수용해 내어야 하는데 남성의원들이 하지 못하는 생각을 여성의원이 할 수 있으며, 하나의 이슈가 정립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은데 여성은 인내심을 가지고 일 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또 남성은 자기주장이 강한 반면 여성은 상대방이 왜 화가 났는지 상대방의 입장에서 들어 줄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다.

 의원 보좌관은 각 의원의 보좌관 1명과 의원들을 공동으로 도와주는 보좌관 2명이 있다고 했다. 우리가 대담을 마치고 의회 건물을 견학하자 의회의 구조가 이곳 저곳의 보좌관과 사무원이 한눈에 감지되는 구조여서 자연스레 그 분들을 모두 볼 수 있었는데 놀랍게도 전원이 모두 여성이었다. 의아한 나머지 이 점에 대하여 질문을 하자 당연하다는 듯이 ‘ 여성이 더 일을 잘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답변이었다. 아무리 그렇기로 우리 내 상식으로는 모두 여성에게만 보좌관 사무를 맡긴다는 것에 대하여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지만 전혀 놀라지 않은 듯 내색은 하지 않았다.

 의회의 내부 구조의 모습도 놀라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6명의 의원석은 50여명의 의원석과 마주보고 있어서 정책 자문위원이 그 중심에 놓여있었다. 그녀에게 자신의 여성에 관한 공약에 대하여 묻자 여성에 관한 공약이나 정책은 딱히 따로 있다기 보다 가족이나, 여성, 문화, 여러 문제가 모두 여성과 관련되어 있다고 했다. 미국 여성의 정치 참여도가 낮은 이유는 아직도 구 세대적 정치풍토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선험적 과정을 바탕으로 우리 여성후보자들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 가야 하는가를 새삼 되새길 수 있었다.

김혜숙<전북여성정치발전센터 교육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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