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향 가득한 미당시문학관
국화향 가득한 미당시문학관
  • 고창=남궁경종기자
  • 승인 2004.11.25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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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삼사십대 이상의 중년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이 시를 읊으며 감상에 빠진 기억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한국 최고의 애송시로 꼽히는 미당 서정주 시인의 ‘국화옆에서’라는 시가 그의 고향마을에서 노란 국화로 다시금 꽃 피우고 있다.

 미당이 태어나 어린시절을 보내고 그의 시심의 토대가 마련됐다는 질마재 고갯마루와 인근 선운사.

 이곳 고창군 부안면 선운리 231번지에는 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는 시문학관이 위치해 있다.

 2001년 11월 개관한 시문학관은 만여평의 부지에 800여평의 전시동과 부속건물로 이뤄져 있다.

 전시동은 재물치장 콘크리트 공법으로 자연미와 환경친화적 요소를 살린 건축물로 이곳 전시동에는 미당의 육필 원고와 시집, 옷장, 지팡이 등 그의 생활용품들이 가지런히 전시되어 미당의 생활과 그의 시세계를 한눈에 볼수 있다.

 지난 7월부터는 그의 친일작품까지 전시해 미당을 둘러싼 친일 논란을 방문객들로 하여금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했다.

 평소에도 이곳은 미당을 기리는 아마츄어 문인들의 문학 순례지로 또는 그의 시를 추억하는 일반인들의 방문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올 가을은 이곳 시문학관을 찾는 발길이 더욱 많아졌다.

 미당시문학관을 중심으로 200여m 떨어진 미당 생가와 소요산 기슭에 자리잡은 그의 묘소 인근에 1억여 송이의 국화꽃이 만발해 있기 때문.

 이곳에 심어진 국화는 서리가 내리는 12월 초까지 질마재 언덕길을 금색으로 물들일 것이다.

 시문학관에서 미당의 묘소가 있는 소요산 기슭까지는 걸어서 5분거리.

 묘소아래 안현마을을 지나 산죽을 헤치고 걷다보면 온통 금색으로 치장한 수천송이의 국화꽃을 만난다.

 꽃집에서도 10대부터 40대의 연령층이 가장 선호하는 꽃이 장미라면 국화는 50대 이상이 좋아하는 꽃이다. 화사한 장미에 비해 국화는 은근하고 질리지 않는 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이곳 노란 황국밭에는 10대, 20대보다는 나이가 조금은 지긋한 중년의 신사와 숙녀들을 많이 볼수 있다.

 국하향 가득한 화원을 거닐며 중얼 중얼 무언가 읊조리는 방문객들은 모두가 시인이 되어 옛 향기를 마신다.

 묘소를 끼고 국화단지를 도는데 만도 10여분, 수많은 국화꽃에 감탄하기도 하고 국화향에 취하기도하며 걷다보면 어느덧 아랫마을 아낙들이 모여 앉아 국화전과 텁텁한 막걸리를 팔고 있는 간이 휴게소에 다다른다.

 비닐장막의 초라한 듯한 휴식처지만 국화향기에 취해서일까 그 어느곳 보다도 편안하고 안온함을 전해준다.

 국화전, 국화차, 국화꽃 온통 국화로 뒤덥힌 이곳에서 막걸리 한잔에 취흥을 돋구다 보면 어느덧 질마재 언덕길 너머로 노을이 가득하다.

<국화밭 지킴이 정원환>

 “질마재 일대를 국화와 문학의 본향으로 가꾸고 싶습니다” 이곳 질마재 일대에 국화단지를 조성한 정원환 고창군의원의 소망이다.

 정의원은 인구감소로 인해 지역경제와 농가살림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시점에 이를 타개할 방안을 모색하다가 이고장 출신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미당 서정주시인의 ‘국화옆에서’를 떠올렸다.

 한참 친일논쟁으로 미당의 존재가치 마저 부인되는 지역정서에도 불구하고 정의원은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정의원은 미당의 공과와는 별개로 오직 주민소득창출이 먼저라는 생각으로 미당시문학관과 미당생가, 미당묘소 인근에 국화꽃밭을 조성했다.

 무상임대한 5천여평의 토지에 7만주의 국화꽃을 심어 뜻을 함께하는 지인들과 엄청난 꽃동산을 일궈냈다.

 자신의 농장에서 직접 퇴비를 운반 유기농으로 가꾼 국화는 이달 초부터 1억송이의 탐스러운 꽃망울을 일제히 터트렸다.

 평소 일일 200여명에 불과하던 관광객들도 11월 중순부터는 1천500여명에서 2천여명에 이를정도로 급증했다.

 조용하던 인근 안현마을도 때아닌 관광객 증가로 활기가 돌고 있다.

 지역 농산물 판매도 증가하고 국화차, 국화전 등을 팔아서 생기는 농외소득도 적지 않다.

 안현마을 아낙들은 “질마재로 시집온 것을 후회했는데 이젠 자긍심을 느낀다”며 즐거워 했다.

 정의원은 “국화단지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앞으로 단지를 더욱 넓히고 새로운 소득 창출 프로젝트를 수립, 지역경제의 밑거름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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