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지리
어부지리
  • 승인 2004.11.28 15: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커다란 민물조개인 방합(蚌蛤)과 도요새인 휼(鷸)이 다투는(蚌鷸之爭) 틈에 어부가 둘 모두를 잡는 이득을 취하고, 개(犬)와 토끼(兎)가 죽을 힘을 다해 산을 오르내리며 쫓고 쫓기기(犬兎之爭)를 하는 사이 지쳐서 둘다 넘어져 농부의 양식이 된다. 이 말은 어부나 농부의 우연한 불로소득을 조명하려는 게 아니다. 다투는 방합과 도요새, 힘만 낭비하는 개와 토끼의 어리석음을 경계한다.

 광주시장이 어쩌다가 전남북을 뭉뚱그려 호남의 몫, 호남의 단합을 외치는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싶더니 느닷없이 동계오륜과 국립태권도공원 유치에 판관 노릇을 자청하고 있다. 동계오륜은 전북에 줄테니 태권도공원은 광주로 가는데 이의를 달지 말라는 뜻이다.

 마치 결정권이 있는 것처럼 기정사실화하는 투이기도 하다. 태권도공원을 신청한 무주, 여수, 광산 등 호남지역 세 곳 중 광산에 태권도공원, 여수에 세계해양엑스포, 무주에 동계오륜을 자작으로 배정하고 있으니 참으로 대책도 난감하다. 어떤 점이 박시장으로 하여금 그런 난감한 상태를 자초하도록 하였는지 궁금하다.

 생각컨대 강원도와 전북의 2014동계오륜 유치를 개싸움판이나 방합과 도요새의 다툼 정도로 치부하지 않았나 싶다. 서로가 싸우다 지치거나 물고 물리는 형국이 되어 어부의 이를 볼 수도 있다고 여겼는지 모른다. 그런 점에서 인간세계의 어부지리란 간악한 인간이 떳떳한 경쟁에 임하지 않고 사특한 이문을 챙기려는 뜻으로 이를 수 있다.

 여수의 세계해양엑스포 하나만으로도 다른 주요 국책사업 경쟁에 뛰어들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국립태권도공원을 건식하겠다고 달려드는 건 억지다. 광주가 그만한 완력을 가졌다면 삼호공단이나 대불공단을 울산만큼은 아니더라도 구미나 창원 정도는 키워야 진정한 호남몫을 주장할 줄 안다고 할 것이다. 동계오륜과 태권도공원은 전북에 줘야 한다고 강력히 외치면서 말이다.

 강현욱 지사가 일언치하에 묵살한 건 당연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