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세계 '카오스'
혼돈의 세계 '카오스'
  • 승인 2004.11.29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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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오스(chaos)란 말은 코스모스(cosmos)의 상대되는 말로 그 어원은 그리스어에서 유래된 khaos 이며 이 말은 ‘크게 벌린 입’이란 뜻으로 마치 무엇이나 삼켜버린다는 블랙홀과 같은 의미를 자아내는 낱말이다. 아마도 온갖 질서를 한 입에 삼켜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혼돈의 세계를 상징하기 위해 사용된 말로서 우주나 전체의 질서라는 뜻으로 통하는 코스모스에 대하여 카오스란 무질서, 혼돈, 무한이라는 뜻을 의미한다. 특히 무한이란 제논의 페러독스가 말하듯 도저히 규명할 수 없는 심연의 세계와 같은 것이어서 헤아릴 수 없는 모순에 가득찬 세계를 말한다.

  그리스의 신화들은 질서 정연한 우주가 생기기 전에는 혼돈과 무질서가 있었고, 하나님은 이것에게 질서를 준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 큰 혼돈의 세계를 카오스라 칭하고 여기에서 앨레보스(암흑)와 뉴크스(밤)가 생기고, 또 이들로부터 하늘의 빛인 아이텔(정기)과 땅의 빛인 헤메라(낮)가 탄생했으며, 이윽고 질서의 세계인 코스모스가 생긴다. 그러므로 코스모스의 모태가 바로 카오스인 것이다. 그리스인들이 애초에는 카오스를 단순한 무질서나 혼돈으로만 생각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풍요한 생산성을 가진 중요한 것으로 생각했다. 예를 들면 대지는 여러 가지 광물질이 뒤섞인 카오스라면 대지에 뿌리박고 사는 나무나 식물들은 매우 정교한 조직을 지닌 코스모스이다. 다시 말하면 카오스는 코스모스 모태이며 카오스 없는 코스모스는 상상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 신화는 태초의 지구에는 용암이 부글거리며 바다는 아직 생기기 전이었고, 여기저기서 뜨거운 수증기와 독성이 강한 가스를 내뿜어내고 있는 지옥을 연상하게 하는 혼돈한 세상, 즉, 카오스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용암은 식어서 대지로 변하고, 대기중에 가득찬 가스는 식어서 구름이 되고 계속 내리던 비와 대홍수로 바다가 형성되고 거대한 파도는 바위를 부수어 모래를 만들므로 진흙이 형성된다. 그리고 바다와 육지의 가장자리에서 생명을 탄생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그러므로 카오스란 질서와 무질서를 통해서 이해될 수 있다는 말이다. 가령, 질서 있는 사회는 이념에 따라서 움직이는데 무질서한 사회는 각자 멋대로 행동하며, 전체적으로 보면 좀처럼 정리되지 못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도 질서와 무질서가 공존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가령, 도심지 번화가의 무질서한 인파가 있는가 하면, 바로 그 옆 큰 도로에는 질서있게 차선을 따라서 흐르듯 진행하는 자동차의 행렬이 있다. 질서는 좌우 대칭으로 균형이 잡혀 있거나 하부구조와 상부구조로 일정하게 나눠졌다면, 혼돈은 정해진 형태가 없으며 계속 변해 갈 뿐이다. 혼돈의 가장 중요한 내용은 ‘변화’라는 것이다. 질서가 일정한 구조를 갖는다면 혼돈은 액체나 기체처럼 흩어지는 것이다.

  이런 카오스의 본격적인 연구는 최근에 와서 시작된 일이지만 10년 전만 해도 남다른 통찰력을 지닌 몇몇 사람들만 카오스 현상에 관심을 가졌을 뿐이다. 하긴 카오스에 대한 신비에 대해서 인류는 무의식적인 하지만 오래 전부터 깊은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카오스란 말이 처음 학술적용어로 사용된 것은 미국 메릴랜드 대학 수학자 요크(J, Yorke, 1941- ) 와 그의 제자인 이 천암(李 天岩)에 의해서였다. 그들은 ‘주기 3은 카오스이다’ 라는 제목의 논문을 1975년 미국 수학 잡지에 발표한 이후 카오스가 보다 엄밀한 정의가 내려지고 많은 사람의 관심의 대상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이리하여 카오스는 본격적으로 과학의 대상으로의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카오스이론이 많은 사람의 호기심을 끌면서도 금방 외면당하는 이유는 변화의 본질이 금방 잡힐 듯 하면서도 본질을 파악하기에는 무척이나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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