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책임
  • 승인 2004.11.29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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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된 인간사회에서 훈훈하고 따뜻한 마음을 일으키는 건 사랑과 정이다. 말없이 상대방을 승복시키고 안아 주는 건 관대다. 그러나 세상이 이러한 인정과 온기와 사랑과 관대함으로 차 있다고 해서 온전하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사람사는 사회는 궁극적으로 책임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임자가 없는 사회는 이익사회든 목적사회든 성립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책임지지 않은 사회는 존재하지 못한다. 각자의 맡은 바 임무가 있고 그것을 다함으로써 사회가 굴러가게 되는데 바로 그 굴대로부터 이탈이나 고장이 생긴다면 이는 이미 혼란이요 무정부다. 자연상태의 이상적 무정부가 아니라 무책임의 질서 붕괴를 뜻하는 기둥, 뿌리 없는 상태다.

 책임질 줄 아는 사회, 책임질 사람이 책임감을 갖고 일하는 사회, 각자가 일정한 책임감으로 균형을 이루는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인 것이다. 이번 광주의 수능부정을 보면서 한결같이 의아하게 생각하는 건 아무도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다. 책임이 아무도 없는지, 누가 책임질지 몰라서인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학생들이 시험 부정행위로 구속되어 형사처벌을 받게 됨은 물론 그로인해 시험성적이 무효되고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고 다시 재수를 하여 시간과 금전을 낭비하게 되는데 책임자가 없다니 언어도단이다. 물론 학생 자신들이 책임자다고 하면 얼핏 말이 되는 것도 같다.

 그러나 부정한 행위를 한 당사자들이 미성년자인데다 그러한 환경과 분위기로 유도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제도와, 가르치는 사람이나 감독자, 학교나 교육청, 교육부는 원초적인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아직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걸 보면 지금 이 사회는 가치의 혼란이나 줏대의 붕괴가 진행되고 있는 중임을 반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책임진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업무와 임무를 잘 알고 있을 경우에 행할 수 있는 결심이고 행동이다. 반대로 그렇지 못하면 자신의 임무를 잘 모른다는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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