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부정 우리들이 만든 人災
수능부정 우리들이 만든 人災
  • 태조로
  • 승인 2004.12.02 18: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가 지난 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5학년도 수능시험에서 부정행위 연루자는 모두 31개조 103명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수능 대리시험을 본 사람이 자수하는 등 부정행위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 걱정된다.어쩌다 이지경이 되었나.

깨끗해야 할 학생들의 시험이 부정행위로 얼룩지고 어린 학생들이 조사를 받고 있으니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몇 가지 점에서 그 원인을 살펴본다.

첫째로 대입수능시험 관리체제와 협조체계의 문제이다.

교육인적자원부와 시·도교육청을 비롯한 유관기관들과의 연계 시스템이 협조적으로 민활하게 가동하지 못해 수능 부정행위의 징후가 여기저기에서 예견되고 있었지만 강력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둘째로 대학입시제도와 수능시험제도의 문제이다.

대학입시제도가 대학별로 다르고 그 선발방법이 수천 가지가 될 뿐만 아니라 제7차 교육과정에 따른 수능시험이 올해 처음으로 시작되어 재수생과 고3학생들에게 다른 해와는 달리 크게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었으나 이에 대한 지도가 소홀했다.

셋째로 우리나라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교육에 대한 인식의 문제이다.

교육이란 학생들에게 사회에 나가서 국가와 사회를 위해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인성과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지만 우리나라의 사회구조와 교육시스템을 보면, 성적지상주의, 학벌주의가 강한 경향이 있다.

넷째로 도덕적 해이가 문제이다.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은 성적이 우선이고 도덕이나 정의는 그 다음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학교에서의 성적 부풀리기를 비롯하여 사회의 도덕적 해이가 문제이다.

누구의 잘못인가?

첫째로 교육인적자원부의 잘못이다.

수능시험이 시작 된지 오래되어 교육인적자원부가 대학입시 관리가 매너리즘에 빠져있으며, 인터넷을 통해 수능시험 부정이 예견되었지만 지도 감독을 체계적으로 강력하게 하지 못했다. 그리고 수능시험 부정행위자에 대한 규정을 너무 가혹하다는 여론에 밀려 2000학년도부터 해당 시험만 무효 처리하고 그 다음해에 재 응시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였으나, 이번 일이 발생하자 규정을 강화하여 향후 3년 간의 시험 응시를 규제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나오고 있다.

둘째로 시·도교육청의 잘못이다.

시·도교육청 홈페이지에 잇따라 오른 글에 ‘여러 아이들이 준비를 끝냈다’ ‘휴대전화를 숨겨 들어가 문자메시지를 받는다’등 휴대폰 부정행위 수법 등이 적나라하게 묘사돼 있었지만 교육 당국은 이를 ‘수능괴담’쯤으로 알고 강력히 대처하지 못했다.

셋째로 학교와 선생님들의 잘못이다.

극히 일부 감독관들은 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교실마다 감독관 2명이 들어갔지만 ‘수험생들의 장래가 걸린 수능시험을 그르치게 할 수 없다’ 등의 온정주의 때문에 휴대폰 소지 조사와 예방지도를 강력하게 하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섯째로 학부모와 사회의 잘못이다.

극히 일부 학부모들은 ‘사회의 성적 지상주의’에 눈이 어두워 부정행위라는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생각된다. 아이들의 돈 씀씀이와 행동을 잘 살펴보았으면 사전에 알고 지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끝으로 수능 부정 학생들의 잘못이다.

학력지상주의, 학연, 거기에서 파생되는 사회의 부적절한 구조 등등에 쌓여 생활하다보니 ‘어떻게 하든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이 최선이다’라는 생각으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부정행위를 자행한 학생들의 책임이 제일 크다고 생각한다. 치유가 걱정된다.

한마디로 말해 이번 수능부정은 우리들이 함께 만든 인재라고 말하고 싶으며,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인적자원부, 시·도교육청 그리고 유관기관이 좀더 민활하게 조직적으로 협조하고 강력하게 대처했다면 이번 일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을 것으로 믿는다. 교육당국은 책임을 통감해야 하며, 이번 일을 혜안으로 슬기롭게 풀어나가야 한다. 학생들의 잘못을 무조건 덮어주자는 뜻은 아니지만, 어린 학생의 장래를 내 자녀라는 차원에서 지나친 처벌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수능시험과 대학입시제도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새로운 생각으로, 미래지향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좋은교육운동본부 회장 한기택>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