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두께
한국의 두께
  • 승인 2004.12.06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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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6년 중국 문화혁명의 홍위병 난리는 공산주의 세계에서 자본주의 세계로 돌아가려는 듯한 소위 ‘보수 회귀’ 조짐을 단칼로 베어 버리기 위해 마오 쩌둥(毛澤東)이 낸 절치부심의 전술이다. 국가주석 류 사오치(劉少奇)를 자본주의 노선의 거두라는 혐의로 끌어내리고 그 추종자들과 잔재를 일거에 숙청, 제거하는 내용이다.

 그렇게 해서 굳힌 공산주의는 그 20년 후 마침내 개방파 실리주의자 덩 샤오핑(鄧小平)에 의해 허울뿐인 공산주의, 실속은 자본주의인 현실주의 인간주의로 낙착된다. 거대한 공산주의 왕국을 이룬 중국이 그 절정에서 자본주의 노선자를 완전히 청소했다고 하는 문혁과 불과 20년 뒤 공산주의 실체가 사실상 막을 내리는 과정은 허망의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인간세계에서 사라지는지를 극명하게 보여 주는 예다.

 그런 중국이 공산주의의 적 왕조문화의 보루 천안문, 황궁을 국가의 전통과 상징으로 받들고 있는 현상은 아이러니이지만 자연스런 귀결이다. 그러나 동양 3국 중 한국은 일본의 침략으로, 중국은 공산주의로 왕조가 멸망하고, 일본은 여전히 왕조를 유지하고 있는 현실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버킹검 궁의 여왕으로부터 국빈 대접을 받는 전통의 입헌군주제 왕국 영국과, 시민혁명으로 왕조가 결단난 뒤 공화제 국체를 채택하였으면서도 엘리제 궁을 대통령궁으로 사용하며 전통의 왕조식 국가 의례를 지키고 있는 프랑스는 동양3국과 좋은 대비를 이룬다.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내걸고 커다란 ‘빨강 글씨’로 벽에 만들어 붙인 ‘국가보안법’ 글자 하나하나에 바늘을 박고 있는 장면이 신문지면에 나오고 있다. 국가보안법은 이 나라의 국체와 생명을 지켜온 핵심 기본법이다. 그것의 폐지는 국민 여론에 따라야 하지만 거기에 바늘을 박는 건 외국에서는 과격 공산주의 혁명가들조차도 자본주의 반동들에게 행하지 않던 모습이다.

 참으로 모골이 송연한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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