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눈물
대통령의 눈물
  • 승인 2004.12.0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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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도 눈물 나름이다. 슬퍼서도 눈물나고 기뻐서도 눈물은 나온다. 감격이 넘쳐서도 눈물은 나온다. 19세기 영국이 낳은 낭만파 시인 바이런은 눈물없는 세상을 황량한 벌판으로 비유했다. 그는 또 인간에 눈물이 있기에 세상은 메마르지 않다고도 했다. 시인 보드레이도 신은 인간에 눈물셈(淚腺)을 만들어주어 가장 원초적인 희노애락을 나타나게 했다고 갈파했다.

▼그렇다. 눈물없는 세상은 삭막이다. 눈물없는 인간을 모진 절벽이다. 인정의 세계에 눈물이 있고 매정의 세계일 수록 눈물이 없다는 말도 이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제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끈 프랑스의 영웅 드골장군이 파리의 개선문으로 입성할 때 수많은 파리시민들의 열광을 뒤로 드골은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수많은 부하를 전쟁터에서 잃어야 했던 장군의 눈물이었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유럽 3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길에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한국군 자이툰부대를 전격방문했다는 뉴스가 크게 보도되고 있다. 흡사 007작전을 방불하듯 비상작전을 써 현지를 방문한 노 대통령은 여러 장병들 앞에서 "여러분 자랑스럽습니다"라는 인사말을 서두로 두 시간동안의 극적인 장병들과의 이모저모를 소개했다.

▼식판들고 장병들과 함께 배식도 받고 "대통령님 안아보고 싶습니다"라는 어느 사병의 부탁에 번쩍 안기면서 한바퀴 돌기까지 했다. "여러분 땀이 대한민국의 힘, 지극히 행복합니다"라는 즉석연설도 퍽 인상적이다. 돌아가는 지프차 안에서 벅찬 감격에 겨워 가슴이 울렁거린다며 눈물을 닦는 대통령의 모습도 자못 감동적이다. 만리 이국땅에서 내 형제자매를 만나는 대통령의 눈물이었을 것이다.

▼1960년대 말 서독 뤼뷔케 대통령 초청으로 서독을 방문한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우리 해외 인력수출 제1호인 서독광부와 서독 간호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펑펑 울었다는 말을 들은 일이 있다. 그로부터 두번의 대통령 눈물을 듣고 보는 것이다. 월남전 때 파병을 결정한 박 대통령이었지만 월남에 가지는 안했다. 전장(戰場)터에 까지 간 대통령은 노 대통령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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