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241> 둘은 멀쩡하고 이의전만 죽었지?
평설 금병매 <241> 둘은 멀쩡하고 이의전만 죽었지?
  • <최정주 글>
  • 승인 2004.12.13 1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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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무송, 돌아오다 <61>

“예, 그럽지요. 그날 점심 무렵이었습니다. 무송 장사가 얼굴이 벌겋게 닳아올라 금방 무슨 일이라도 저지를 듯 저희 객잔으로 달려들어왔습니다. 다짜고짜 서문경이 여기서 술을 마시고 있지? 하고 묻길래 이층에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래서?”

“무송 장사가 이층으로 올라간 잠시 후였습니다. 마당에서 쿵 쿵하는 소리가 들려 내다 보았더니, 서문경 나리와 오병정이 도망을 가고 있는데, 바로 이어 이의전이 떨어졌습니다.”

“잠깐, 이의전이 젤 마지막에 떨어졌다는 말이냐? 틀림없느냐?”

진문소가 청아현의 보고서를 다시 확인하며 물었다.

“그렇사옵니다. 제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서문경과 오순포도감이 도망가는 모습을 보고 있는데, 쿵 소리가 다시 들려 돌아보니까, 이의전 나리가 땅에 머리를 쳐박은 채 꿈틀거리다가 숨을 멈추었습니다.”

“헌데, 서가와 오가도 똑같이 떨어졌는데, 둘은 멀쩡하고 이의전만 죽었지?”

“나무가 두 사람을 살렸습지요. 마당에 큰 은행나무가 있는데, 서문경과 오순포도감은 은행나무 가지에 걸렸다가 떨어져 멀쩡했고, 이의전 나리는 가지에 닿지 않고 바로 떨어진 통에 땅에 머리를 부딪쳐 죽은 것이지요.”

“다시 한번 묻겠다. 이의전이 젤 마지막에 떨어진 것이 맞지?”

“분명합니다. 소인이 어찌 부지사 나리께 거짓을 아뢰겠습니까?”

공여인이 머리를 조아렸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진문소가 물었다.

“그렇다면 너는 무송이 세 사람을 창으로 던지는 모습을 못 보았구나?”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화가 단단히 난 무송 장사가 세 사람을 창으로 던진 걸로 알았습니다. 현지사 나리가 그렇게 묻길래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알겠다. 다음, 오순포도감에게 묻겠다. 너와 서문경은 무송이 두려워 창으로 스스로 뛰어내렸다. 그 말이 맞지?”

“예, 나리.”

오순포도감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여기 청아현의 보고서를 보면 넌 분명히 무송이 이의전을 창 밖으로 던지는 것을 보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네가 뛰어내릴 때까지 이의전은 분명 이층 객실에 있었다. 어떻게 그걸 보았지?”

“도망가면서도 뒤를 돌아보아 알았습니다.”

“그럴수도 있겠구나. 도망가면서 돌아보면 볼 수도 있었겠구나. 관리인 네가 상부관청의 상관의 심문에 거짓을 고하지는 않았으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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