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242> 염탐? 내 주변에?
평설 금병매 <242> 염탐? 내 주변에?
  • <최정주 글>
  • 승인 2004.12.14 1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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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무송, 돌아오다 <62>

진문소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송은 갑갑했다. 미앙생의 진정서를 보았는가도 의문이었다.

“소인의 말은 한 치의 거짓도 없습니다.”

“알겠다. 다음에는 무송 측의 증인을 부르겠다. 이보거라. 미앙생이란 자는 앞으로 나오너라.”

진문소의 말에 무송이 깜짝 놀라 돌아보았다. 어디에 있었는지 미앙생이 작은 보따리를 들고 성큼성큼 걸어나오고 있었다.

“그대가 미앙생인가?”

미앙생이 무릎을 꿇자 진문소가 엄한 눈빛으로 내려다 보았다.

“그렇습니다. 제가 미앙생입니다.”

“그대가 정녕 이 진정서를 나한테 올린 미앙생이란 말이렸다?”

진문소가 서찰 한 통을 들어 보이며 물었다.

“예, 부지사 나리.”

“이 진정서의 내용에 한 치의 거짓도 없으렸다?”

“부지사 나리께 올리는 진정서에 어찌 거짓을 담을 수 있겠나이까? 목숨을 걸고 진실임을 말씀드리나이다.”

미앙생이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내 몇 가지 묻겠느니라. 이 진정서에 의하면 넌 현지사와 오순포도감이 숨긴 뇌물을 찾았다고 하였는데, 증거물인 뇌물을 찾았느냐?”

“예, 부지사 나리. 이것이 바로 그 증거품입니다. 현지사는 처음에 금두꺼비를 숨겨놓았던 벽에서 꺼내어 천장에 옮겨 숨긴 걸 찾았구요, 오순포도감은 처음 천장에 숨겼다가 후원 나무 밑으로 옮겨 숨겨놓은 걸 찾아 왔습니다.”

미앙생이 보따리를 부지사 앞으로 가져다 주었다. 부지사가 보따리를 풀자 눈이 부시도록 반짝이는 금두꺼비와 은자 열냥이 나왔다. 부지사가 얼굴을 찡그렸다.

“허나 이것이 서문경으로부터 두 사람이 받은 금두꺼비와 은자라는 것을 어찌 증명하느냐?”

“부지사 나리, 청아현에서 이만한 금두꺼비와 은자를 열냥이나 내놓을 사람은 서문경 밖에 없습니다. 현지사나 오순포도감이 일년내내 월급으로 받은 것을 모은다고 해도 이만한 재물을 비축하기는 힘이 듭니다. 또한 서문경이 반여인과 나누는 얘기를 엿들어 알았습니다. 안 그러면 제 의형이 어찌 현지사나 오순포도감의 집에 그런 것들이 있을 줄 알았겠습니까?”

“네 얘기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니라. 허나 현지사와 오순포도감이 어째서 이것들을 옮겨 숨겼을꼬?”

진문소의 물음에 미앙생이 집사 이달천을 바라 보았다. 눈길이 마주치자 이달천이 고개를 외로 꼬았다.

“그것은 부지사 나리 주변에 염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염탐? 내 주변에?”

“틀림없이 그렇습니다. 부지사나리께서 청아현으로 형리 다섯을 보내 현지사와 오순포도감의 집을 수색하게 하였는데, 그 사실을 엿들은 염탐이 먼저 청아현으로 사람을 보내 대비를 하도록 했기 때문에 두 사람은 부랴부랴 증거품들을 다른 곳으로 옮겼던 것입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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