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의 대표적인 소설 ‘탁류’는 일제 강점기 당시 부조리로 얽힌 사회상을 풍자와 냉소로 엮은 데다 수탈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군산이 리얼하게 묘사돼 아직도 많은 사람들로부터 읽히는 명작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불세출 문인이 종종 이상한 분야에서 회자되곤 한다. 육하원칙으로 포장된 각종 근거없는 루머가 떠돌 때마다 혹자들은 군산시민들은 백릉 선생 후손들이라서 소설을 아주 잘 쓴다(?)고 비아냥 거린다.
실제 군산은 특정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터무니없는 유언비어들이 그럴듯한 전개 과정을 거쳐 입에서 입으로 유포된다.
올 한해도 예외는 아녀서 최근 들어 무수한 소설들이 출간이 아닌 구전으로 군산 전역을 휘감았다.
대부분 시간이 흘러 자동적으로 해명도 됐지만 소설 아닌 소설속의 주인공들은 심적으로 큰 고통을 받는 비극의 주인공이 됐다.
이런 현상에 대해 지역 사정에 밝은 인사들은 군산이 지리적으로 폐쇄됐지만 본토박이가 의외로 뿌리를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역 근간이 흔들리니 세가 약한 외풍에도 기우뚱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역분열을 조장해 반사이익을 노리려는 비도덕적인 인사들도 빼 놓을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악의적인 소설(?)을 듣고 아무런 생각 없이 타인에게 그대로 옮기는 인사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올 한해 군산지역에서는 정말 많은 ‘카더라 통신’을 비롯해 특정인을 음해하는 소설 아닌 ‘구설(口舌)’들이 떠다녔다.
지하에 영면하고 있을 채만식 선생이 통곡할 노릇이다.
새해에는 더 이상 이런 소설 대신 가슴을 따뜻하게 적셔주는 한편의 소설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