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245> 서방님이 그리워 미치겠습니다
평설 금병매 <245> 서방님이 그리워 미치겠습니다
  • <최정주 글>
  • 승인 2004.12.17 1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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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옥향의 반란 <1>

 집을 떠난지 석달이 가까워 오는데도 미앙생은 돌아오지 않았다. 가려야할 날과 피해야할 날을 제대로 지키며 옥향과 몸사랑을 할만큼 수양을 하고 돌아오겠노라고 큰소리치며 말안장에 몸을 실을 때만해도 옥향은 미앙생이 채 보름도 못 견디고 돌아오리라고 믿었었다.

철비는 미앙생이 학문은 뒷전이고 청루에서 기생들의 이랫녁만 탐했듯이 장가를 들어서는 또 제 아내의 치마 속만 밝히는 천하의 색한이라고 혀를 끌끌 찼다.

“그 놈이 짐승인 줄을 애비가 어찌 알았겠느냐? 그런 놈인 줄 알았으면 너하고 어찌 짝을 맺아 주었겠느냐? 애비의 한평생에 미앙생이 놈을 사위로 들인 것은 씻을 수 없는 수치니라. 옥향아,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사람답게 살아야하느니라. 짐승으로 살면 안 되느니라. 미앙생은 그 버릇 못 고치면 평생을 짐승노릇만 할 놈이니라. 안 돌아온대도 상관없느니라. 색을 절제하지 못하는 사위놈은 내가 필요 없느니라. 알겠느냐? 내 말을.”

철비가 수시로 옥향의 방을 찾아 와 말했다.

“예, 아버님. 꿈인 듯 생시인 듯 그 분이 하자는대로 따라서 했습니다만, 지금사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참으로 부끄러운 짓이었습니다. 설령 그 분이 돌아온다고 해도 이제는 제가 잘 참을 것입니다.”

옥향이 다소곳이 대꾸했다.

“역시 내 딸이구나. 부디 몸을 정갈하게 갖거라.”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버님. 추호도 아버님의 뜻에 어긋나는 짓은 않겠습니다. 마음을 명경처럼 청결하게 하겠습니다.”

철비한테는 그렇게 다짐했지만, 밤마다 사지육신을 콕콕 쑤시며 덤비는 옥향의 외로움은 비온 뒤의 죽순처럼 하루가 다르게 커갔다.

‘언제 오시렵니까? 서방님. 날마다 서방님이 그리워 미치겠습니다. 그렇게 떠나실 것이면 차라리 남녀간의 오롯한 재미를 알려주지나 말 것이지, 아무것도 모르던 이몸에 불을 질러놓고 떠나버리시면 이 몸은 어찌합니까?’

달이 휘엉청 밝은 밤이었다. 후원의 홰나무 가지에서는 소쩍새가 소쩍소쩍 울고 있었다. 옥향이 창가에 서서 하늘의 달을 향해 중얼거렸다. 미앙생을 머릿 속에 그리자 눈에서 저절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서방님, 더는 못 참겠습니다. 제 몸의 타는 불을 더는 못 참겠습니다. 서방님을 찾아 저도 집을 나가겠습니다. 천리라도 가겠습니다. 만리라도 가겠습니다. 서방님이 계신 곳이면 그곳이 어디건 찾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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