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247>왜 이렇게 섰어?
평설 금병매 <247>왜 이렇게 섰어?
  • <최정주 글>
  • 승인 2004.12.20 18: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 옥향의 반란 <3>

옥향이 그런 생각을 하다말고 방을 나와 마당에 섰다. 하늘 가운데 달이 옥향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달님, 달님. 내 서방님은 어디에 계시는지요.’

옥향이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릴 때였다. 태국이 놈의 방에서 까르르 웃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저것들이 멋하는 짓이지? 다 늦은 밤에 젊으나 젊은 계집 사내가 함께 앉아 무슨 짓을 하는 것이지?’

옥향의 걸음이 저도 모르게 태국이 놈의 방 쪽으로 옮겨졌다. 꼭 두 년놈이 하는 짓을 엿보고 엿들어야겠다는 마음도 없었는데 그랬다.

“왜 이리 늦었어? 내 목이 한 자는 늘어났겠다.”

태국이 놈이 말했다.

“아씨의 한숨소리가 문풍지를 울려서, 차마 올 수가 없었어.”

경이 년이 대꾸했다.

“아씨의 얼굴에 핏기가 없는 것이 참 안돼보이더군. 벌건 대낮에 후원에서 방사를 나눌만큼 사내 재미에 푹 빠졌었는데, 그 재미도 못 보고 독수공방을 하자니, 얼마나 애가 타겠어.”

태국이 놈이 중얼거리면서 경이 년을 껴안기라도 하는 모양이었다.

“아이, 가져 온 만두나 먹고 해. 밤은 긴데 급할 것이 없잖아.”

“아니, 급해. 아까부터 이 녀석이 눈이 빠져라 널 기다리고 있었어. 조금만 늦었으면 내가 찾아갔을거야.”

사내 놈이 계집의 손을 끌어다 제 놈의 사타구니 사이에라도 놓아준 모양이었다. 질겁을 하는 계집의 목소리가 문틈을 빠져 나왔다.

“어머, 난 몰라. 왜 이렇게 섰어?”

“네 생각을 하다보니까, 저절로 커졌어.”

“호호, 하여간 염치도 없는 놈이야. 낮에 밭에서도 한번 했으면서.”

“네가 좋아서 그래. 네 따뜻한 속살만 생각하면 시도 때도 없이 슨다구.”

“어쩔 수 없네. 이놈부터 죽이고 만두를 먹는 수 밖에.”

경이 년이 옷이라도 벗는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흐, 저것들이 언제 저런 사이가 되었지?’

옥향이 귀를 문 가까이 바짝 댔다. 가슴이 콩닥거리며 가지랭이 사이에서 더운 기운이 확 솟구쳤다.

“젖부터 먹고.”

“흐, 애기도 아니면서 젖먹는 걸 좋아하더라.”

경이 년이 코맹맹이 소리를 냈다.

“네 젖을 빨 때가 젤 기분이 좋아. 너도 싫은 것은 아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