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 그믐 (除夕)
섣달 그믐 (除夕)
  • 승인 2004.12.2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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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세시풍속은 모두 음력(太陰曆)이다. 농본국 시절 농사철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던 것이다. 지금에도 음력을 쓰는 나라들이 동양쪽에 상당히 있다. 하지만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은 양력(太陽曆)을 쓰고 있다. 우리나라도 물론 양력을 쓰고 있다. 그래서 음력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우리의 세시풍속이 양력 준용시대에서 좀 익숙하지 않은 점도 없지않다.

▼오늘 하루 넘기면 내일이 31일, 양력 섣달 그믐이다. 양력의 섣달 그믐은 제야(除夜)라 해서 자정을 기해 종소리로 새해를 알리며 여러가지 행사가 전개되지만 음력 섣달 그믐도 행사가 열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우선 섣달을 납월절(臘月節)이라 해서 차례지내듯 제석제를 집집마다 지낸다. 떡국을 만들어 "떡국제"를 지내고 토신제(土神祭)라 해서 터주에 제례를 올린다.

▼이밖에도 제석날에는 자정에 정화수(精華水)를 떠서 가족들의 무사 태평을 비는 축원을 하며 그 물을 마신다. 또한 변두통에 특효가 있다는 까치를 삶아먹는 풍습이 제석날에 행해졌다. 낮에는 연날리가 제기차기 등으로 섣달 그믐 하루를 즐긴다. 액(厄)을 쫓는다 하여 먹다 남은 한약들을 마당에 모아 불살랐으며 부녀자들의 머리카락을 살라 모든 액운을 몰아낸다 하였다.

▼섣달 그믐날 초저녁에 잠자리에 일찍 들면 눈섭이 희어진다 하여 모두가 밤을 세워 섣달그믐을 꼬박 세우기도 했다. 그리고 으식한 밤이 되면 부녀자들과 아이들은 호박넝쿨 삶은 물로 목욕을 했다. 아이들의 부스름이나 부녀자들의 피부가 고아진다는 속설에서 연유된듯 하다. 또한 마귀할머니가 내려온다 하여 심발을 모두 감추고 조갑지에 기름불을 부쳐 집안 곳곳을 밝혔다.

▼제석날에 특별히 먹는 음식도 있었다. 참새구이, 수정과, 돼지찜, 생명태국, 청어구이, 대구탕, 약식, 흰떡 가래떡, 인절미 등 다양한 음식들을 장만하여 이웃들과 함께 즐겼다. 섣달 그믐을 잘 넘겨야 새해 꿈을 잘 꾸고 집안에 복이 온다는 속설에서 제석의 밤을 이렇듯 섬겼다. 지금이야 이러 풍습 거의 사라지고 없다. 하지만 한번 음미해볼만한 옛날 세시풍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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