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유(乙酉) 아침
을유(乙酉) 아침
  • 승인 2005.01.02 15: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닭의 해의 아침도 닭 울음소리로 밝았다. 때를 알리는 숫탉의 울음소리는 올해 아침도 어김없이 ‘인천에서 산동반도까지 울릴만치’ 그렇게 멀리 갔을 터이다. 홰를 치며 일단 날개짓을 크게 휘두르고 온힘을 다해 토해내는 소리는 우렁차기 그지없어야 맞고 그만큼 가고도 남아야 할 만하다.

 사실 닭의 아침을 밝히는 마법은 그냥 나오지 않는다. 날개를 훨훨 털어 가슴을 한껏 넓힌 뒤 목을 쑥 내밀고 심호흡을 하느라고 온목이 쭉 빨리는 장면을 보면 저절로 힘이 씐다. 날마다, 끼니 때마다 듣는 보통의 소리일지 모르지만 피를 토하며 온몸의 진기를 다 짜 내는 듯 그렇게 전력투구할 수가 없다. 그러니 여명을 확 밝혀버리는 폭발력이 없겠는가.

 그래서 울림은 한자에서 새(鳥)에 입(口)을 붙여 만드는 명(鳴)이다. 새의 울음과 새의 대표인 닭의 울음은 다 그것이 그것이다. 그러니 새가 날아올라(울고 노래해)도 아침이다. 이러한 새의 행태에서 새가 지저귀는 것과 아울러 그 이전의 날개짓을 선명하게 붙잡은 사람들이 일본인이다. 일본의 아침, 아스까 문화는 그래서 飛鳥문화다.

 아스는 앗의 늘림말이고 아사히(朝日)에서처럼 우리 말의 아침을 뜻한단다. 아사가오가 아침얼굴을 뜻하는 나팔꽃인 것처럼 우리 말 샘(泉)이 슴-즘-즈미로 된 것처럼 다 똑같은 구세다. 그런데 새의 이런 상징들이 곧 문명의 새벽을 은유하고 문화적 여명기의 명칭이 된 것은 아무래도 일본인들의 풍부한 센스다.

 닭은 외형만으로 보면 특히 숫탉의 체형으로만 판단하면 싸움이나 전사를 떠올리게 된다. 닭이 울 때 그것은 마치 적과 싸우기 위한 기선제압의 전초전 임전 태세와 비슷하다. 부근의 암탉들이나 졸개 숫탉들이 어떠한 잡소리나 움직임도 못하도록 하는 제어장치다.

 투계나 싸움닭에서 ‘싸움’이 붙듯이 전투 이름이 있는 것은 투견같이 싸움개 뿐이다. 닭은 새벽을 알리는 명물인 동시에 용감한 맹가금(猛家禽)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