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257> 옥향이 춘화첩 한 장을 넘겼다
평설 금병매 <257> 옥향이 춘화첩 한 장을 넘겼다
  • <최정주 글>
  • 승인 2005.01.03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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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옥향의 반란 <13>

“이걸 보렴, 아주 재미있는 그림이란다.”

돌팍 위에 엉덩이를 내려놓은 옥향이 춘화첩의 첫 장을 펼쳤다.

사내는 계집의 젖을 물고 있고, 계집은 사내의 물건을 꺼내어 움켜 잡고 있는 모습의 춘화도를 보고 태국이 놈이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아씨, 무슨 이런 해괴망칙한 책이 다 있습니까?”

그림의 내용 때문인지 아니면 요상한 그림을 보여주는 옥향을 이해할 수 없어서 인지 태국이 놈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이것이 사람사는 모습이 아니더냐? 부끄러워할 것 없니라. 너도 밤마다 경이와 이렇게 살고 있잖느냐?”

“아, 아씨.”

태국이 놈이 자지라졌다.

“아니라고 발뺌을 할테냐? 너도 경이처럼 하늘에 맹세코 그런 일은 없다고 잡아뗄 참이더냐?”

“아, 아씨. 설마 주인 어른께 이를 것은 아니지요?”

“왜? 겁이 나느냐? 걱정하지 말거라. 어차피 너희들은 혼인을 할 사이가 아니더냐? 서로가 끌리면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더냐? 앉거라. 앉아서 그림이나 보자꾸나.”

“하지만 어찌 아씨와 그런 요상한 그림책을 보겠습니까요. 주인 어르신이 아시면 경을 칠 일입니다요.”

태국이 놈이 멈칫 거렸다.

“아버님은 안 계시고, 너와 내가 입을 다물면 어찌 아시겠느냐? 앉거라.”

“예. 아씨. 하면 앉겠습니다요.”

태국이 놈이 쭈빗거리다가 할 수 없다는 듯이 돌 팍 위에 엉덩이를 내려놓았다. 혼자 앉으면 딱 맞을 좁은 돌팍이었다. 태국이 놈은 절반만 걸쳤는데도 둘의 엉덩이가 딱 붙었다. 살랑거리는 봄바람에 고리한 사내냄새가 옥향의 콧속으로 스며 들어왔다.

미앙생의 몸에서는 향기가 났었는데 태국이 놈의 몸에서는 비릿하고 고리한 냄새가 풍겼다. 순간 옥향의 눈앞이 빙 돌면서 정신이 아득해 졌다.

“아씨, 어디가 편찮으십니까요?”

태국이 놈이 한 쪽으로 기우뚱 쓰러지려는 옥향의 어깨를 잡았다.

“아니다. 어지럼증이 잠시 생기는구나. 그림이나 보자꾸나.”

옥향이 춘화첩 한 장을 넘겼다. 계집은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 있고, 사내 역시 비스듬히 누워 하늘을 향해 일어서 있는 물건을 붙잡고 막 계집의 옥문으로 집어넣으려는 모습의 그림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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