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259> 아씨가 열 배, 백 배는 곱지요
평설 금병매 <259> 아씨가 열 배, 백 배는 곱지요
  • <최정주 글>
  • 승인 2005.01.05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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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옥향의 반란 <15>

“아닙니다, 아씨. 그 년이 어찌 아씨보다 곱겠습니까? 아씨가 열 배, 백 배는 곱지요. 이걸 좀 놓아주십시오. 이러는 것이 아닙니다요.”

태국이 놈이 옥향의 손목을 비틀어 떼어내고 서너 걸음 물러섰다. 그때까지도 놈의 물건은 하늘을 향해 치솟아 있었다.

옥향이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이따 저녁에 내 목욕물 좀 마련해 주겠느냐? 경이가 없으니, 네가 대신해야겠구나.”

“알겠습니다요, 아씨.”

태국이 놈이 아직도 뻣뻣한 사타구니 사이의 물건을 벌건 얼굴로 내려다 보며 대답했다.

“동산에 달이 오르거던 문단속을 잘 살피고 별당으로 오너라.”

옥향이 방망이질치는 가슴을 손으로 쓸어내리며 태국이 놈과 눈길을 맞추었다. 놈이 돌아서서 허둥지둥 사랑채 쪽으로 사라졌다.

동산에 달이 떠오를 때까지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으면 시낭송 모임이 길어져 하룻밤 머물고 오는 것이 분명했다. 또한 그 시각 쯤이면 초저녁 잠이 유난히 많은 찬모는 누가 떠메가도 모를만큼 깊은 잠에 빠져있을 것이었다.

한 시각이 가을 세 번을 보내는 것만큼이나 지루한 시간을 보낸 옥향이 저녁을 가지고 온 찬모에게 말했다.

“저녁에 내가 목욕을 해야겠으니 준비를 해주세요.”

“예, 아씨.”

찬모가 다소곳이 고개를 숙였다.

“경이 년이 없으니, 아주머니한테 수고를 끼치는군요. 미안해요.”

옥향이 찬모를 향해 빙긋 웃었다. 태국이 놈에게 목욕물을 준비해달라고 해놓고 다시 찬모에게 그걸 시킨데는 까닭이 있었다. 태국이 놈이 목욕물을 준비한다 어쩐다하면서 별당을 들락이면 자칫 찬모의 눈에 뜨일 염려도 있었으며, 무엇보다 태국이 놈이 하는 꼴을 지켜보고 싶었다. 목욕물을 준비해주러 왔다가 이미 목간에서 목욕을 하는 주인집 딸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젊으나 젊은 태국이 놈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한 것이었다.

찬모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미안하시긴요. 찬모라고 부엌일만 하라는 법이 있습니까요. 큰 솥으로 하나 가득 물을 데워놓겠습니다요.”

“고마워요. 수고 좀 해줘요. 이걸로 장에 나가는 길에 만두라도 사 잡수세요.”

옥향이 엽전 두닙으로 선심을 썼다.

“안 이러셔도 되는데요. 고맙구만요, 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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