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261> 아씨. 목욕 잘하시고
평설 금병매 <261> 아씨. 목욕 잘하시고
  • <최정주 글>
  • 승인 2005.01.07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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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옥향의 반란 <17>

옥향이 한숨을 들이쉬고 내 쉴 때였다.

찬모가 만두 그릇을 가져다 식탁에 놓으며 말했다.

“목욕준비도 끝났는데요.”

“고마워요. 수고했어요.”

옥향이 겨우 말했다.

“아니, 아씨. 어디 편찮은 것이 아녜요? 얼굴색이 유난히 붉어요.”

찬모가 옥향의 얼굴을 찬찬히 살폈다.

“괜찮아요. 열이 좀 있나봐요. 뜨거운 물에다 몸을 담그고 나면 나을거예요.”

“정 편찮으시면 부르세요. 태국이를 시켜 의원영감이라도 불러와야지요.”

찬모가 말 끝에 하품을 매달았다. 잠이 많은 찬모가 벌써 쏟아지는 잠을 못 견뎌하는 것이 분명했다.

옥향이 속으로 웃으며 어서 나가보라는 손짓을 했다.

“그럴 일은 없을거예요. 걱정 말고 주무세요.”

“예, 아씨. 목욕 잘하시고, 편히 쉬세요.”

찬모가 다시 한번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쏟으며 방을 나갔다. 옥향이 서둘러 목욕옷으로 갈아입고 목간으로 갔다. 날은 벌써 어두워졌고, 동산 너머가 노랗게 닳아오르고 있었다. 반 식경이 지나지 않아 달이 덩시렇게 떠오를 것이었다. 그때 쯤이면 태국이 놈이 쭈볏거리며 나타날 것이고, 몇 번 부르다가 대꾸가 없으면 목간을 들여다 볼 것이 틀림없었다.

옥향이 목간통의 적당히 식은 물을 손끝으로 확인하고 얼마 전에 방물장수한테 산 향수 몇 방울을 떨어뜨렸다. 원래 입담이 걸죽한 여인이긴 했으나, 몇 가지 꽃잎에서 채취한 향기를 사향에 섞어 만들었다는 그 향수를 목욕물에 섞어 몸을 씻고 나면 그 향기가 십리 밖까지 퍼져 나비가 꽃을 찾아 날아들 듯 사내가 찾아온다고 했다.

그때 그 방물장수가 말했다.

“아씨라고 독수공방만 하라는 법이 어딨어요? 청춘이 백년 천년 가는 것도 아닌데, 젊었을 때 즐겨야지요. 나이들어 폐경이 되면 사내들이 먼저 알고 외면을 하지요. 말이야 바른 말이지 미앙생 서방님은 어디서 무슨 짓을 하는지 어찌 알아요? 내가 청루의 기생들을 많이 알고 있는데, 미앙생 서방님을 모르는 기생이 없습디다. 아마 지금도 어딘가에서 아릿다운 계집을 안고 딩굴고 있을걸요.”

“내 서방님을 함부로 말하지 말아요. 그 분은 학문을 닦고 마음을 수양하러 가셨어요.”

어쩌면 방물장수 여인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옥향이 얼굴을 찡그렸다.

“바람끼 많은 사내의 버릇이 어디 가나요? 제 버릇 개주는 법은 없다니까요? 내가 아씨보다 사내를 훨씬 잘 알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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