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264> 설마 거절하지는 않겠지?
평설 금병매 <264> 설마 거절하지는 않겠지?
  • <최정주 글>
  • 승인 2005.01.11 1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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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옥향의 반란 <20>

옥향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어쩐대요? 물이 뜨거우면 살갗이 델 것이고, 물이 차거우면 감기에 걸릴텐데요.”

태국이 놈이 어쩔 줄 모르겠다는 투로 대꾸했다.

“네가 좀 보아주겠느냐?”

“예? 제가요?”

“뭐 어떻느냐? 목간에는 너하고 나하고 둘 뿐이잖느냐? 들어오너라.”

“아, 아씨. 그건 안 되는구만요. 주인 어른이 아시면 전 죽은 목숨이구만요.”

“아버님이 아실 리가 없지 않느냐? 어서 들어오너라.”

“아씨, 전 들어갈 수가 없구만요. 아씨가 다 알아서 하세요.”

태국이 놈이 고집을 부렸다.

“하면 너 아버님께 다 일러버린다. 후원에서 글을 읽고 있는 내게 네 놈이 사타구니 사이의 물건을 세워 덤벼들었다고 말씀을 드릴 것이다. 그래도 좋으냐?”

“제가 언제 그랬습니까요? 그림책도 아씨가 보자고 하셨고, 제 거시기를 만진 것도 아씨였습니다요.”

“허나 아버님이 내 말을 믿으시겠느냐? 네 말을 믿으시겠느냐? 잔 말 말고 들어오너라.”

옥향이 엄한 목소리로 말하자 태국이 놈이 안 되는데, 안 되는데, 하면서 고개를 푹 숙이고 들어왔다.

“물부터 확인해 보거라. 내 살이 데일 것인지, 감기에 걸릴 것인지.”

“예, 아씨.”

태국이 놈이 고개를 외로 꼰 채 목간통에 손을 담그었다. 그 손을 덥썩 잡아 가슴에 얹어주고 싶은 것을 꾹 참으며 옥향이 말했다.

“어떠냐? 너무 뜨겁지는 않느냐? 아니면 너무 차겁지는 않느냐?”

“아니요. 딱 맞구만요. 뜨겁지도 차겁지도 않고 딱 맞구만요. 허면 전 나가보겠구만요.”

태국이 놈이 돌아설 채비를 했다.

“아니니라. 경이 대신에 네가 날 목욕시켜 주어야겠구나.”

옥향이 태국이 놈을 뜨거운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아, 아씨.”

태국이 놈이 털석 주저 앉았다.

“설마 거절하지는 않겠지? 등에는 손이 안 닿는구나. 우선 등부터 살살 닦아보거라.”

옥향이 태국이 놈에게 명주수건을 넘겨주었다. 마지못해 그걸 받은 태국이 놈이 살살 시늉으로 손을 놀렸다.

“그래가지고 어디 때가 벗겨지겠느냐? 좀 빡빡 문질러라.”

“예, 아씨. 빡빡 문지릅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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