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외국인 기자의 기록은 한국근대사에서 소중한 자료가 되고 있는데, 이 책이 다른 기록들과 몇 가지 다른 점을 보인다.
첫째, 관찰자인 외국인이 당시 우리에게는 매우 생소한 스웨덴 인이라는 점과, 둘째 그가 온 시점이 러일전쟁부터 을사조약에 이르는 국내적으로 매우 긴박한 시기라는 점이다.
그 어떤 외국인도 이 시기를 제대로 관찰할 수 없었던 그 당시의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 책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고 할 수 있다.
저자 아손 그렙스트는 신분을 숨기고 몰래 밀입국해 기자 특유의 예리한 관찰력과 한국에 대한 따스한 시선으로 그 어느 누구도 남기지 못한 귀중한 기록을 남김으로써 오늘날 우리에게 값진 선물을 하고 있다.
이 책에는 1904년∼1905년의 한국을 담은 140여 컷의 사진이 실려있어 역사를 알아가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저자는 직접 사진을 찍고 설명도 달았다. 저잣거리에서 물건 파는 사람들, 지게꾼, 빨래터의 여인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이방인을 바라보는 사람들 등 100년 전 사람들과 그 당시 한국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은 한국근대사의 귀중한 사료다.
모두 15장으로 구성된 내용 중 12장 ‘코레아의 민담과 우화’에는 저자가 한국을 여행하며 채집한 이야기들도 함께 수록돼 있다. ‘고양이와 사자’, ‘어느 사냥꾼의 실수’, ‘뱀의 복수’ 등 대부분 오늘날 우리에겐 전해지지 않는 이야기다. 이 장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식민지 시대를 거치며 맥이 끊겨버린 구비전승을 재발견하는 기쁨과 놀라움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책의 말미에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당시 상황과 국제정세를 설명하는 보론 ‘러일전쟁기 한반도 정세와 대한제국’(동국대 역사교육학과 한철호 교수 글)도 실려있어 당시 한반도 정세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